이세계 전성 ~용의 혈맥~ 1장, #008. 전투의 재능
#008. 전투의 재능
별다른 일 없이 사흘이 지났다.
정비된 도로 위를 나아간다. 리아가 앞장 서고, 당나귀 등에는 루루가 흔들리고 있다.
한가로운 여행이었다. 당초의 목적지는 정해뒀지만 급한 것도 아니다. 주위의 풍경을 즐기면서 여행의 묘미를 맛보는 중이다.
"무사 수행이라면 더 서두를거라고 생각했지만요~"
"응? 모처럼이니까 느긋하게 가자. 수행이라고는 해도 계속 긴장하고 있을 수도 없잖아?"
리아는 기분이 좋았다. 길을 걷는 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았다.
이유는 그 허리에 찬 칼에 있었다.
목검도, 날 없는 칼도 아닌 진짜 칼. 일본이라면 그냥 있는 것만으로도 아웃일 흉기다.
그것을 대낮에 버젓이 휴대하고 걷는다. 이것만으로도 기뻤다. 어쨌든 지금까지는, 목검을 주 무기로 사용했으니까.
일본도를 차고 여행한다는 것은 남자의 낭만이다. 물론 여자에다 무인도 아닌 루루는 이해하지 못했지만.
덧붙여서 목검도 마법의 가방에 들어있다. 고블린들 상대로 칼은 아깝다. 손질하기도 힘들고.
어쨌든 이런저런 일로 휴대용 식량의 식사를 마치고 오후까지는 평화롭게 지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머리 위로 그림자가 지나갔다.
"아, 용기병이다."
"추격자인가요?"
용기병은 비룡에 탄 병종이다. 비룡은 일단 아룡으로 분류되는 생물이지만, 정확히는 그와 비슷한 전혀 별개의 생물이다. 용과 아룡의 차이라고는 인간과 쥐 정도로 다른 것이라나.
그 용기병은 두 사람의 전방을 선회하더니 왔던 방향으로 돌아간다. 직선으로는 왕도의 방향이었다.
"발견당했는데요?"
"응, 그러네."
"데리러 오겠죠?"
"그러면 돌려보내주면 되지."
"……온건한 방법이길 희망할께요."
"그럼 원만하게 날려보내줄께."
활짝 웃는 리아는 농담하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일반적인 상대라면 적당한 부상을 입혀서 포기하게 만들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사태는 리아의 예상을 넘어섰다.
그러나 일행의 걸음은 바뀌지 않는다. 루루만이 가끔 뒤를 돌아보고 있다.
등에 진 짐의 무게를 느끼지도 못하는지, 당나귀는 묵묵히 걷는다.
저녁 전, 오감에 관련된 기프트를 가진 리아의 귀에 말굽 소리가 울려왔다.
"왔네. 수는 셋."
"저도 알아요. 저도 귀는 좋다구요."
하프 엘프라지만 엘프는 엘프. 눈이든 귀든 인간보다 뛰어나지만, 리아은 그 위선에 있다. 그것이 그녀의 피다.
"어떻게 할께요? 숨어서 보낼까요?"
"아니, 이번에는 그걸로 좋을지도 모르지만, 여행자와 마주치고 있는데다 마법으로 탐색하면 언젠가는 발견당할껄? 역시 여기서는 조금 호되게 당해봐야겠지."
팔짱을 끼고, 가도의 한복판에 선다. 다행히 다른 여행자는 잠시 올 기미가 없다.
이윽고 시계에 들어온 것은 승마중인 세 명의 기사였다. 하지만…….
"켁, 라이아스."
"켁, 카를로스."
이유는 달랐지만 두 사람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설마 부 기사단장이 직접 추적에 나섰다니. 그리고 또 다른 기사는 루루가 딱 질색하는 사람이었다.
그리고 나머지 하나는 아무래도 좋았다.
"엘프를 좋아하는 카를로스가……."
"저 사람은 항상 제 귀만 본다니까요."
기사단의 젊은이들 중에서도 가장 솜씨가 좋으며, 집안도 성격도 나무랄데 없는 남자였지만 엘프의 꿈을 품고 있는 것으로도 유명했다. 나이는 올해로 20세였나?
그리고 루루는 올해로 24세가 된다. 하프 엘프라서 그것보다는 훨씬 젊어 보였지만.
루루도 당나귀에서 내려 추적자의 도착을 기다렸다.
선두를 달리는 라이아스는 조금 거리를 둔 곳에서 하마했다. 남은 두 사람도 그것을 뒤따랐다.
"하아, 공주님……."
어이없다는 얼굴로 그렇게 말문을 연 라이아스에게 전의는 전혀 보이지 않았다.
"빨리 돌아가죠. 폐하도 걱정하시고 계십니다."
"귀여운 아이에게 여행을 시켜라,고 하잖아. 라이아스가 설득해주지 않을래?"
"그런 격언은 모릅니다. 그리고 메모 하나를 남기시고 실종되셔도 이쪽 입장에서 찾지 않을 수는 없잖습니까……."
"일단 미궁 도시로 갈테니까 걱정 말라고 전해뒀으면 하는데?"
하아,하고 라이아스는 한숨을 내쉬었다.
"실례입니다만, 공주님은 지금 궁중 사정은 알고 계신가요?"
"알고 있어. 그래서 이용당하지 않으려고 왕도를 떠난거잖아."
그런 말을 듣자 라이아스의 표정에 감탄의 빛이 떠올랐다.
"의외네요. 분명 그런 일에는 관심이 없으실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뭐, 설득하는 건 내키지 않아서."
어깨를 으쓱해보이는 리아. 부드러운 분위기다.
"그래도 한번은 돌아오세요. 정 그러시면 제가 미궁 도시까지 동행해도 상관 없습니다."
"루퍼스 할아버지도 없는 지금, 왕국 최강의 기사까지 없어지는 건 너무하잖아?"
"그건, 이견이 있네요."
분위기가 무거워진다.
"다소 험한 꼴을 당하셔도 데리고 돌아가겠습니다."
"응, 쉬워서 좋네."
라이아스가 검을 뺐다. 평소 훈련하던 목검이 아니라, 미스릴의 빛을 발하는 칼이다.
베이면 물론 피가 나올 것이다. 가죽 갑옷 밖에 착용하지 않은 리아라면 참 쉽게도 몸에 칼이 닿을 것이다.
하지만 솔직히, 리아에게 승산이 있었다.
질 요소는 없다.
우선 준비한 무기가 나쁘다. 미스릴로 된 마검은, 조절할 수 없다. 리아의 스킬인 강신을 사용하면 평범하게 피부에서 멈출 수 있지만, 그것을 라이아스는 모르는 것이다.
즉, 노리는 것은 사지의 말단, 급소 의외가 된다. 그것뿐이라면 목검이 차라리 나을 것이다.
얼마나 호되게 당하든 공주에게 큰 부상을 입힐 수 없는 이 시점에서 이미 크게 불리하다.
거기에 대해, 리아는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라이아스를 죽여도 상관없다. 물론 죽일 생각은 전혀 없었지만 급소를 노린다는 선택 사항이 있다.
"말해두지만, 라이아스. 나는 지금까지 너와의 훈련에서 진짜 실력을 낸 적은 없어."
요령이 어떻게라던지, 훈련이 어떻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갖고있는 스킬을 전혀 사용하지 않았던 것이다.
"저도 지난번에 진 것을 포함해서, 진지하진 않았습니다만."
사실은 지기 싫었던 라이아스이지만, 그런 것만은 아니다.
"내가 이기면 순순히 왕도로 돌아가. 아버님의 설득도 포함해서."
"네. 애초에 제가 진다면, 당신을 멈출 수 있는 인간은 없으니까요."
루퍼스가 죽은 지금, 그 말은 옳았다. 루퍼스는 애초에 놓아줄 생각도 없었겠지만.
"그럼 시작할까."
그러면서 리아는 마법의 가방에서 창을 꺼냈다.
창이다. 십문자창(역주 : 겸창)이다.
"에?"
"에?"
"에?"
"네?"
백병전에 관해서는 문외한인 루루조차 예상하지 못한 일이었다.
리아라면 칼. 칼,하면 리아. 그 정도로, 왕궁에서 이미지가 굳어져 있었다.
말 없이, 리아은 창을 내질었다.
라이아스의 방패가 그것을 막는다. 돌아온 창은 발 밑으로 향한다.
"큭."
검을 땅에 꽂아 그것을 막는다. 창은 바로 라이아스의 안면으로 향한다. 다시 그것을 방패로 막는다.
거의 찌르기 공격 뿐이나, 라이아스는 방어 일변도다.
지금까지 한번도, 리아가 창을 쓰는 것을 본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아는 창술의 스킬을 레벨 6, 가지고 있다. 검술의 수준이 약간 더 높지만 원래 칼보다 창 쪽이 강한 것은 전생에서는 상식이었으며, 리아도 칼의 수행 못지않게 창에도 깊게 수행했다.
이 세계에서도 전쟁시 보병의 주무장은 창이다. 라이아스의 경우에도, 승마하여 싸우는 경우에는 긴 무기를 사용한다.
하지만 땅에 발을 붙인 훈련에서 주로 칼을 사용하는 것은 그 처리의 장점과 휴대성에 이유가 있었다.
이 싸움에서도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면 여기까지 일방적인 전개는 안 됐을 것이다.
그걸 리아의 입장에서 말하자면, 라이아스의 무름이다. 마음가짐의 차이라고 해도 좋겠지.
이 세계에는 전장에서 산다는 개념이 없었다. 무장이 금지된 현대 일본의 무술가조차 가지고 있는, 즉시 전투를 이행할 각오라는 것이 원래 없는 것이다.
리아에게는 그것이 있다. 왕궁에서 칼은 물론이고 단검도 가지고 있지 않았을 때조차, 덮쳐온 상대를 죽일 각오와 기술을 갖고 있었다.
리아와 라이아스에서는, 레벨 차이 이외에는 오히려 리아가 능력이 더 높다.
라이아스는 견디지 못하고 마법으로 육체를 강화하고 갑옷과 방패의 방어력을 올렸지만, 즉시 그것보다 높은 마력을 가진 리아의 마법에 해제되었다. 두 사람의 능력치를 비교하면, 사실 가장 큰 차이는 바로 마력이다.
라이아스가 리아에 비해 많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전쟁의 경험 뿐이다. 그러나 이곳은 전쟁터가 아니다. 그리고 단순히 살인의 경험에 대해서만 말하자면, 틈만 나면 마물을 학살하고 있는 리아인들 아주 부족한 정도는 아니다.
결국 라이아스는 살을 베고 뼈를 자른다는 전법을 취할 수밖에 없다.
찔려온 창에 대해 수직으로 방패를 들어 일부러 관통시킨 것이다.
"그웃!"
왼손의 손등을 가르고 창끝이 살갛에 닿는다. 그래도 거기서 팔꿈치를 돌려 방패로 창을 붙잡는다.
리아는 가볍게 창을 놓았다. 무기를 잃었지만 창에 관통된 방패는 사용하지 못한다. 라이아스도 방어 수단을 하나 잃은 것이다.
그러나 라이아스가 왼손에 상처를 입은 것에 비해 리아는 무사.
여기서 라이아스의 유리한 점은 이미 무기를 들고 있다는 점. 거기에 대해서 리아는 칼을 빼어들기까지 한 동작이 많다.
그렇게 생각한 라이아스가 손에 든 검을 치켜들고 리아를 노린 것은 당연한 일이었다.
하지만 라이아스은 몰랐다.
리아는 검술 스킬을 레벨7로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것과 비슷한 스킬을 하나 더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거합.
리어의 오른손이 허리에 찬 칼에 닿은 직후 칼은 이미 절단되어 있었다.
팔꿈치 부분에서 잘린 라이아스의 오른팔이 검째로 공중으로 날아올랐다.
이어서 리아는 라이아스의 옆구리를 베었다. 금속의 갑옷을 자르고 옆구리를 도려낸다.
"큭."
신음소리와 함께 라이아스는 무릎을 꿇었다.
리아는 간격을 벌리고, 상대의 전투력이 상실된 것을 주의깊게 확인한 뒤에야 칼을 내렸다.
"루루, 치료를."
"에, 네!"
무엇이 일어났는지, 결과밖에 보지 못한 루루지만 치료의 필요성은 알았다.
수행하는 기사와 함께 라이아스의 갑옷을 벗기고 우선 옆구리를 간단하게 치료한 후 절단된 오른팔을 연결한다.
다행히 복부의 상처가 내장에 이르지 않았고, 오른팔도 이정도로 깨끗하게 잘렸으면 문제없이 붙일 수 있다.
"공주님…… 언제나…… 손대중을 하시고 계셨던건가요?"
뉘어진 자세 그대로, 작은 목소리로 라이아스가 물었다.
자신과 리아 사이에는 압도적인 차이가 났다. 그것은 평소의 훈련에서는 전혀 느끼지 못했던 것이다. 게다가 검술은 자기가 우위라고 지금도 생각한다.
"그런 건 아니야. 항상 진지했는걸. 그래도 뭐랄까, 훈련에서 사용하는 기술과 살인에서 사용하는 기술은 다르잖아?"
"그런겁니까……."
납득할 수 없는 라이아스였지만, 어쨌든 리아는 자신보다 강하다. 정확하게 전투력을 빼앗을 정도로 기량 차이가 났다.
"폐하께는, 제대로 보고드리겠습니다. 어차피 조금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공주님을 데려올 수단같은 건 없으니까요."
"미안해. 그리고 고마워."
리아는 솔직하게 고개를 숙였다.
"단 조건이 있습니다."
라이아스의 얼굴이 향한 쪽에는 엘프를 좋아하는 걸로 기사단 안에 알려진 남자가 있었다.
"카를로스, 공주님을 수행해라. 호위라고 생각하지 말아라. 여행 중에는 남자의 일손이 필요한 것이 분명 있으니까."
"네, 괜찮습니까?!"
카를로스가 엄청나게 기뻐하며 물었다. 루루는 복잡한 표정을 짓고 있었지만.
"공주님도 괜찮으십니까?"
"저는 괜찮지만……."
시선은 루루에게로 향한다. 엘프를 광적으로 좋아하는 것은 일종의 병이다. 하프 엘프인 루루가 어떻게 생각하는지. 그것이 문제였다.
"뭐, 어쩌겠나요. 공주님이 싸우실 동안 저를 지켜줄 사람도 필요하구요."
그 대사에 카를로스는 무심코 한쪽 다리를 꿇었다.
"기사의 긍지에 걸고 당신을 지키겠습니다!"
그 자리의 모두가 쓴웃음을 지었다. 기사라면 당연히, 공주님을 지키지 않으면 안 되겠지만, 지킬 대상 쪽이 훨씬 강했으므로 어쩔 수 없었다.
이리하여 여행의 일행은 셋으로 늘어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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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계 전성 ~용의 혈맥~
작가 : 彦猫
번역 : silver lining(greenwi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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