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lining's tapestry

2015년 11월 29일 일요일

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11.

제 11화.


내겐 7살 어린 여동생이 있다.
그런데, 요새 여동생의 모습이 조금 이상해졌다.


여동생은 응석을 받아주는 부모님 밑에서 자라서 제멋대로에 건방진 아이였다.
사고나 취향도 항상 함께 있는 어머니의 영향을 잔뜩 받아서 완전히 어머니의 축소판처럼 자라버려서, 미래에는 내가 다니는 학원에서 많이 보이는 상류계급의 도도한 영예가 되겠지,하고 조금 차가운 시선으로 보고 있었다.

물론 나는 부모님을 존경하고 가족으로서도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다.
그러나 부모님들의 아랫사람을 깔보는 시각은 도저히 나에게는 맞지 않았다. 킷쇼우인의 회사를 지탱하는 건 그런 사람들이지만.
나는 장남이라 머잖아 이 집과 회사를 잇게 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때는 아버지의 방식과 맞서게 될지도 모르겠군.

그럼 다시 여동생의 이야기다.
어머니의 축소판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동생이 초등과에 들어가더니 갑자기 달라졌다.
뭐랄까, 좋은 의미로 바보가 됐달까?
아니면 순진해졌다고 말하는 게 좋으려나?
그리고 뭔가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는 게 많아졌다.

성적도 나쁘지 않다. 전에는 온통 제멋대로에, 가끔은 가지 않으려고도 하던 과외도 성실하고 열심히 다니고 있다.
6살 주제에 도리를 따질 줄 아는 태도도 보이고, 가끔 아이답지 않은 어려운 걸 말하기도 한다.
그런 점만 보면 아주 뛰어난 아이겠지.
그러나 가끔, 때때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데 그게 조금 재미있다.
최근 내 취미는 그런 여동생을 관찰하는 것이다.


여동생은 예전부터 나를 잘 따르고 있었는데, 요즘은 그 정도가 더 강해졌다.
나를 보면 기쁜 얼굴로 달려오곤 한다. 왠지 강아지 같달까.
보이지 않는 꼬리를 흔들흔들 흔들고 있는 느낌이다.
이 정도로 솔직한 호의를 받으면 친동생이기도 하고, 역시 귀엽달까?
거기서 더 상냥하게 대해주면, 더 호의를 붙여온다.
소파에 앉을 때면 내 옆이 지정석이라도 되는 것처럼 앉는다.


그런 여동생이 어느 날 학원에 다니겠다고 말했다. 
가정교사가 아니라 학원에 다니고 싶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왠지 수상쩍은 이유가 느껴지지만..
그래도 열정이 전해저서 조금 받쳐주니, 아주 밝은 미소로 감사 인사를 받았다.
조금 장난치고 싶어져서 이유를 물어보면 아니나 다를까 시선을 피했다.

역시 뭔가 다른 목적이 있는 모양이지? 뭔지는 몰라도 괜찮겠지만.
눈의 위치를 보고 거짓말을 눈치챘다고 말하니 그대로, 알기쉽게 굳어졌다.


역시 이런 여동생의 반응은 재미있다.


입을 벌린 채 굳어진 여동생은 멍한 표정의 인형처럼 보여서 무심코 웃어버렸다.
다음부터는 또 인형으로 변신하면 벌어진 입에 사탕이라도 넣어보자.

그리고 눈이 오른쪽 위를 향했던 건 정말이지만, 그 이외에도 여동생에게는 거짓말을 할 때면 자신도 모르게 나와버리는 버릇이 있었다.
여동생이 뭔가를 웃으면서 넘기려 할 때면, 보조개가 삐죽삐죽 움직이거든.
이건 최근 나를 더 잘 따르게 된 여동생과 지내는 시간이 늘어나 찾은 버릇이다.

그런 버릇을 여동생은 전혀 모르지만.
래도 가르쳐 줄 생각은 없다.
냐하면 그 쪽이 재밌잖아?


여름 여행에서는 지금까지는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피부가 타는 걸 싫어해서 바다에 들어가지 않던 여동생이 제일 먼저 바다로 뛰어갔다.
수영 학원에 다니던 성과를 보이고 싶었는지, 열심히 헤엄쳤지만 얼마 못가서 빠졌다.
어떻게 그렇게 자신만만했었는지 의아해질 정도로, 인공호흡 교본에 나올 것같은 자세로.

대체 뭘 하는 걸까, 내 여동생은. 

그 후 걱정으로 계속 지켜보고 있으니 내 등에 올라타서 편하게 수영한다는 기술을 발명했다.
이쪽저쪽으로 가라고 내 등에서 잘난듯이 지시를 내려서 가끔 일부러 파도를 뒤집어쓰도록 몸을 가라앉혀 보았다.
파도를 뒤집어써서 켁켁거리는 동생이 바보같아서 재밌었다.
미안, 못 봤다고 사과하면, 오라버니 탓이 아니에요, 파도가 나빠요! 라고 했다.
바보같은 아이일수록 더 귀엽다는 말은 정말이었구나...

작년까지는 거의 바다에 들어가지 않던 동생인데 올해는 바다에서만 놀았기 때문에, 많이 탔다.
나중에 어머니께 혼날 것 같아서 자외선 차단 크림을 꼼꼼히 새로 바르라고 했지만, 웅, 응,하고 적당히 대답하고 다시 바다에 들어갔다.
아니나다를까 검게 그을린 여동생을 보고 어머니는 충격을 받으셨고, 그런 어머니를 보며 여동생은 갈팡질팡했다.
그러니까 말했는데. 바보구나. 


어느 날, 집에 돌아오니 부모님께서는 부재시라 피아노실에 가보면 동생이 뭐가 그리 재밌는지 유난히 즐겁게 '고양이를 밟았네'를 연주했다.
밟았다~라며 엉뚱한 가사까지 붙이면서 몸을 흔들흔들, 리듬을 타면서 노래를 불렀다.

지만 저녁시간에 어머니께서 오늘은 뭘 했는지 물으셨더니 "피아노 연습을 하고 있었어요. 발표회의 과제 곡이랍니다,"라고 뻔히 보이는 거짓말을 했다.
거짓말 마! 네가 쳤던 건 '고양이를 밟았네'지?!
언제부터 피아노 발표회 곡이 변한건데!

동생은 혼자 있으면 도대체 뭘 하고 있는 걸까.. 굉장히 수상하다.


발렌타인 데이에는 내가 받아 온 초콜릿을 세는데 바빴다.
단체 사진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절대로 싫으니까?
나를 보며 히죽히죽 하고 있는게, 조금 기분 나빴다.
여동생에게도 직접 만든 초코렛을 받았지만 학년말 시험을 앞두고 있어서 먹는 건 조금 망설여졌다.
가정부가 도와줬으니 괜찮다고 우겨서 각오를 다지고 먹어 봤지만…

…맛이 나지 않았다.
맛이 아예 없는 초콜릿은 대체 뭘까...
여동생은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내 소감을 기다렸다. '일단 맛있네, 고마워'라고 말했다.

설마 내년에도 직접 만드려는 걸까... 내년에는 학교별 고사도 있으니까, 어떻게든 피할 수 있을 수단을 생각해보자.


특별히 기억에 남는 게 있다면 그것이려나.
어느날 밤에 잠에서 깨서 물을 가지러 갔을 때.
여동생의 살짝 열린 방문 안으로부터 묘한 소리가 들려왔다.
무슨 일인가 싶어서 그 틈으로 안을 들여다보니 침대의 라이트만 켜진 방에서 침대와 옷장 사이의 바닥에 앉아 등을 돌리고서 여동생이 섬뜩한 웃음소리를 흘리고 있었다.

........요괴?라고 생각할 뻔했다.

내가 보고 있는 걸 모르는지 여동생은 중얼중얼하고 뭔가 중얼중얼거리면서 웃고 있었다.
무서워서 그대로 살그머니 문을 닫고, 나는 내 방으로 돌아왔다.

여동생은 뭔가 이상한 것에라도 홀려있는 걸까.

당분간 여동생을 자세히 지켜보자...
그리고 밤중에는 절대로 여동생 방에 접근하지 말자고 다짐했다.



그 외에도 여러가지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동생의 이상한 행동을 지켜보는 건 역시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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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20/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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