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lining's tapestry

2015년 11월 29일 일요일

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12.

제 12화.



3학년이 되었습니다.
서란 초등과에서는 3학년, 5학년으로 진급할 때마다 반이 바뀌게 되는데요.
봄방학동안 매일같이 기도한 덕분인지, 저는 무사히 황제와 다른 반으로 배정되었습니다.
저는 4분의 1의 확률의 도박에서 승리한 겁니다.

한편 오라버니께서는 중등과를 졸업하시고 고등과에 입학하셨습니다.
고교생이 된 뒤 전보다 더욱 바빠지신 듯, 예전보다 집에 있는 시간이 적습니다.
안타깝네요.

유리에 님과 아이라 님도 초등과를 졸업하시고 중등과로 진학하셨습니다.
중학교 교복을 입은 두 분은, 왠지 갑자기 어른스러워지셔서 초등학생과 중학생의 차이를 느껴버리고 말았습니다.

싹이 튼 봄방학을 합쳐도 한 달 밖에 안 지났는데, 왜죠?
이것이 교복 매직인가요?
우음, 중등과 교복은 귀엽네요.

황제는 유리에 님과 교사에 살롱까지 떨어지게 되서 그런지 상당히 기분이 나빠져 있는 것 같습니다.
건드리지 않는 신은 액신이라도 해를 입히지 않는 법이라 그런지, 주변 분들은 심기를 거스르지 않도록 조용히 있습니다.
그런 어두운 기운을 흘리고 있는 황제에게 태연히 말을 건넬 수 있는 건 엔죠 정도뿐입니다.
과연 엔죠. 저라면 절대로 말걸지 못했을 겁니다.

날이 갈수록 아름답게 성장해가는 유리에 님과의 차이를 느끼고 조급해하는 마음은 이해합니다.
어른이 되면 4살 차이는 그렇게 큰 차이가 아니지만, 아이들에게는 4살이란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으니까요.
중학교 1학년과 초등학교 3학년이라면 연애대상으로 보지도 않겠죠.

본인 또한 그것을 충분히 알고 있는지, 유리에 님의 곁에 남자가 다가가면 살기를 물결치며 무언의 위협을 가합니다.
유리에 님 쪽에서 보면 귀여운 남동생의 질투정도로 밖에 느끼지 않고 있다는 점에서 더 안타깝네요.
가끔 방과후에 중등과까지 마중가기도 하는 것 같습니다. 너무 갸륵하잖아요, 황제.



그리고 1학년 때부터 다니던 학원에는 서란 학생 몇명 새로 들어왔습니다.
서란은 에스컬레이터 식이라 별일이 없으면 아무 탈 없이 진급하므로 공부에 대한 위기감은 그다지 없습니다만.
거기에 대부분의 학생은 학원보다는 가정교사를 부르고요.
그래도 일부 남학생들은 학원에 다니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두려워하던 일이 마침내 닥친 느낌입니다...

"킷쇼우인 씨도 이 학원에 왔었다니!"
3학년이 되어 같은 반이 된 서란의 아이가 말을 걸어왔습니다.
"네, 그렇답니다."
"저기, 그 옆에 앉아도 좋을까?"
"…얼마든지요."

알아요, 아는사람이 전혀없는 곳에서 불안한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낮익은 사람을 찾으면, 무심코 다가가고 싶어지는 마음.
든든하네,하고 안심이 되지요.
그러나 제게는, 정말 재미없는 전개입니다만.

"나 말고도 올해부터 등교한 녀석도 있지만, 요일이 달라서 말이지. 나 혼자라고 생각했는데, 설마 킷쇼우인 씨가 있을 줄은 몰랐어... 아, 킷쇼우인 씨도 올해부터?"
"아니요. 저는 1학년 때부터 다녔답니다."
"어, 그래?! 뜻밖이네. 킷쇼우인 씨는 그렇게 공부에 열중하는 타입은…아니, 음"

응, 딱히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답니다.
서란에서도 특별한 아가씨 그룹의 리더 역할을 맡고 있는 제가, 1학년 때부터 학원에 다닐 정도로 열심히 공부하는 타입으로는 보이진 않겠지요.

"오라버니의 영향으로 저도 다녀 보고 싶어졌답니다?"

뭐, 이 정도가 무난한 대답이겠죠.
어느새 제게 브라콤이란 꼬리표가 붙어다니고 있는 것 같으니까요...

"아, 그렇구나. 그런데 이 학원은 좀 어때? 학교 수업보다 어려워?"
"글쎄요. 으음, 수준 높은 학교에서 오는 학생이 많아서요, 나름대로 어렵달까요?"
"그렇구나"

그 뒤에도 여러가지로 말을 걸어왔는데, 당연하게 저를 알고 있는 이 아이에 대해서는 점점 들을 수 없게 되어 버렸습니다.

여기까지 와서 어떻게 말해요, 네 이름은 뭐야? 라고요.

곤란한 겁니다.
이렇게나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이름을 모른다고 하면 상처받지 않을까요?
뭔가 힌트가 될 만한 것은…. 아, 그렇죠.

"이제 교과서와 문제집을 꺼내놓는 게 좋아요. 교과서의 내용은 확인하셨나요?"
"아, 그렇구나,"

뒤적뒤적 가방에서 국어 교과서를 꺼내 책상 위에 올려놓았습니다.
으으음, 문제집의 이름 란에는──

“아키사와 타쿠미”군이군요.
좋아, 외웠습니다.
사와인가 자와인가 헷갈리지만요.

"아키사와 군은 반 편성에서 몇 반이 되셨나요?"

자연스럽게, 저는 처음부터 당신의 이름을 알고 있었다는 어필인거에요!

어라, 킷쇼우인 씨, 내 이름 알고 있었어? 킷쇼우인 씨의 그룹에는 나같은 건 알려지지 않았다고 생각했었는데. 아, 나는 4반이야. 그리고 내 성 말이지만, 아키사와가 아니고 아키자와야."

…이름을 모른다고 생각했다면 먼저 밝히라구요.

저는 같은 반인데 이름도 모른다니 상처받지 않을까, 여러가지로 생각했다구요?!
이 아이, 덜렁이?

그 와중에 수업이 시작됐기에, 수다는 끝.
초등 3학년의 수업 내용치고는 조금 수준이 높지만, 지금까지는 아직 여유입니다.
옆에 있는 아키사와 군, 아니 자와 군도 긴장했던 것 같지만, 열심히 수업을 듣고 문제집을 풀고 있습니다.

그리고 쉬는 시간.

"아, 긴장했다! 우리 학교보다 진도가 빠르네."

아키자와 군은 기지개를 피며 당연하게 말을 건어왔습니다.

…이럴 줄 알았습니다~.

제가 꺼리던 게 바로 이거인 겁니다.
서란의 학생이 들어오면, 반드시 같은 학원의 저를 주목하는 겁니다. 그리고 제 행동에 무심코 눈이 가는 거죠.
아키자와 군처럼 말을 걸어오는 아이도 있을지도 모릅니다.
여기까지 첫 대면으로 친근하게 대해오는 아이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지만요...

하지만 이렇게 되면 제 본래 목적, 편의점에는 갈 수 없게 되는 거에요!!
아~, 역시 이렇게 되는 걸까요….

"그렇지요? 그 대신 학원 수업은 편해지지만요."
"그렇구나. 킷쇼우인 씨는 성적 좋았구나. 전혀 그렇게 보이지 않았는데"

이 아이, 역시 덜렁이군요. 입이 너무 잘 미끄러지시네요.

"저 그렇게나 불성실하게 보여요?"

놓치지 않습니다.

"그런 의미가 아니라! 뭐랄까, 공부에 집착해야 하는 사람들이랑은 사는 세계가 다르달까? 킷쇼우인 씨 주변의 아이들도 그런 느낌이고. 게다가 그 피우오와ー느잖아."

하긴, 확실히 그렇지만요!
저는 이 학년 중에서도 가문이 강한 부류에 들어가기도 하고, 전통을 존중하는 학원에서는 화족의 피를 이은 가문은 상당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으므로 제 주변에도 그런 여자아이들이 모여 자연스럽게 여자 그룹 중에서도 가장 위압감 있는 그룹을 만들어 버렸으니까요...
모두 친구라기보다는 추종자라는 느낌이라는 게 조금 안타깝지만.
'레이카 님'이 아니라 '레이카 양'이라고 불러주면 좋을 텐데 그쵸?
저는 그 학원에 친구가 있는지 모르겠는 거에요….

"솔직히 의외였어! 킷쇼우인 씨는 다가가기 어려운 분위기에 나 따위는 상대도 안 한다고 생각했었는데, 설마 이렇게 상냥할 줄은."

반갑게 아키자와 군이 웃습니다.

응, 역시 저는 다가오기 어려운 거군요.

"다음 주도, 옆자리에 앉아도 될까?"

그렇다면 어차피 편의점에는 당분간 가지 못하겠군요.
더군다나 이렇게 벽을 만들지 않고 말을 걸어주는 아이도 흔치않고요.

"예, 물론이죠."

아키자와 군은, 제 친구가 되어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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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20/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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