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01.

제 1화.

제게는 전생의 기억이 있습니다─ ─ ─ ─.

…네, 전파계가 아니에요. 부끄러워서 누구에게도 절대 말하지 못하지만 사실입니다.

전생의 기억이 있다는 것을 깨달은 것은 초등 학교 입시 전 무렵

자신의 이름 "킷쇼인 레이카"라는 글자에 뭔가 어딘가에서 본 적 있어~같은 기억에 구름이 낀 느낌이었는데 어느 날 어머니가 "레이카도 내년에는 이 학원에 다녀"라는 말을 하시며 벽돌 담장에 둘러싸인 건물 앞에 데려왔을 때.

그 큰 문 옆에 내걸려 있었던 "서란지 학원 초등과"의 "서초 란 학원"의 문자에 번쩍 깨달았던 것입니다.

"서란 학원", "킷쇼우인 레이카", 이것은 『 너는 나의 dolce』에 나오는 학교와 등장 인물의 이름입니다-!!

오랜 고민(이라고 해도 아직 몇년이기는 하지만요)이 해소됐을 때의 쾌감,은 없었습니다.

그런가 그런가, 너 정말~이야, 상쾌하네. 과연~하고 신나던 다음 순간에 자신의 현재 처한 상황을 깨달아서 안면 전체가 창백해졌기 때문입니다.

『 너는 나의 dolce』.

이는 전생에서 대인기던 소녀 만화입니다. 완결된 후 인기 아이돌로 드라마화도 되고 있었구요.

내용은 양가의 자녀가 다니는 사립 서초란 학원 고등과에 특기자 입학한 서민 주인공이 입학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모든 면에서 엄청난 부자로서 사는 학생들에게 서민의 주인공은 맞지 않죠. 그래도 어떻게든 몇 안되는 서민 친구들과 친구가 되고, 취미로 과자를 만들고 있는 일상을 보냅니다.

그러던 어느 날 학원의 황제(별명)를 만나 사랑에 빠지지만, 둘러싼 학생들은 서민인 주인공이 황제에게 다가갈 일은 용서하지 못해서 주인공에 대한 집요한 괴롭힘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그리고 이 무슨, 그 행위의 주범이 킷쇼우인 레이카, 즉 저라는 것입니다.

결국 마지막에는 수많은 고난을 딛고 두 사람은 맺어져 해피 엔드, 해피엔드. 하지만, 최후까지 이들을 방해하고 주인공을 괴롭히는 킷쇼우인 레이카는 부모의 힘을 써서 황제와 약혼까지 약속해서 약혼식 파티 때조차 주인공을 철저히 쫓아냅니다.

그러나 황제가 수많은 초대 손님들 앞에서 주인공과의 약혼이 전격 발표되는 망신에 대한 보복과 주인공과의 사랑을 방해받지 않기 위해 킷쇼우인의 회사의 주식을 사들여 은닉되고 있던 레이카의 아버지의 비리를 파헤쳐 집안을 무너뜨립니다.

선민 의식을 갖고 서민을 깔보고 살아온 레이카는 상류 계급에서 추방돼 서민에 떨어지고, 자랑이던 말아올린 머리를 저으며 미친듯이 외치는 레이카에게 그동안의 악역 무도한 짓을 회상시키고 독자는 "꼴 좋다!"라고 후련해하고, 과연 전생의 저도 "읏샤~!"하고 외쳤을 정도입니다.

그러나 이것이 저 자신의 일이 되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절대로 싫습니다, 절대로 싫어어!

하필 제가 왕도급 악역 캐릭터, 킷쇼우인 레이카로~!!

부탁이니까 꿈이라면 지금 당장 깨어나게 해줘요.

─ ─ ─ ─ 안타깝게도 꿈에서 깨어나지 않았습니다.

향년 5세의 몸에는 쇼크가 너무 큰 나머지, 그대로 쓰러져 열을 내고 자버렸습니다.

파멸이 약속되는 장래에 불안에 떨면서 공포로 울었습니다.

원래 전생의 나는 매우 서민이었던 것입니다.

초등학교부터 고등학교까지 계속 공립이고 고등학교 때는 휴대전화 요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도 했었다구요.

극히 평범한 샐러리맨 가정에서 태어난, 보통 몸매에 중간 정도 되는 키, 평범한 얼굴의 정말 어디에나 있는 여자였습니다.

기억하는 것은 전문대 졸업하고 취직한 근처. 그 이후의 기억은 생각나지 않는군요.. 결혼해서 아이 낳고 노후를 맞았다는 기억은 일체 없습니다.

혹시 20세 안팎에서 죽은 걸까요. 기억이 없다는 건 역시 그런 일이겠죠.

아니면 사고나 뭔가로 식물 인간 상태가 되서 건강했을 때 좋아했던 만화의 꿈을 계속 꾸고 있다던지.

만화 속에나 나오는 환생설보다는 식물인간 상태에서 꾸는 꿈 쪽이 있을 법 한데요.

그렇다기엔 열이 나면 힘들고 넘어지면 아프고 음식은 맛있고. 감각이 너무 사실적입니다. 이 현실 감각을 아는 한 "어차피 꿈이라 해도 겁나지 않아~"같은 단순한 일은 절대로는 아니지만 역시 못합니다.

전생에서도 꿈이라도 좋지만, 빙의한다면 누구라도 좋으니까 레이카 이외로 부탁 드리고 싶었습니다. 절실하게 생각합니다.

지혜열(유아의 젖니가 나올 무렵에 나는 열)에서 부활한 제가 먼저 생각한 일은 입시에 실패해서 서초란 학교에 입학하지 않으면 되잖아?라는 것입니다.

서초란 학원은 부자 학교의 최고봉. 그 학원에 다니는 건 자존심이 됩니다.

벌써 우리 킷쇼우인 가는 화족(지체가 높은 사람이나, 나라에 공훈(功勳)이 있는 사람의 집안과 그 자손(子孫)들)의 피를 이어받은 관련 회사를 여러개 경영하고 있는 명가. 부모님은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며 납득하고 계시는 선민 의식 그 자체. 그래서 0세에서 유아 교실에 다니게 하셨고 서초란 학원의 수험 대책까지 세워 두셨습니다. 유치원도 서란 합격율이 높은 명문 브랜드의 유치원이었다고 하십니다.

이대로 가면 핏줄과 집안 재력을 가진 저는 서초 란에 합격하는 것은 기정사실. 하지만 학원에 다니면 기다리고 있는 것은 비참한 말로입니다.

주인공들은 상관하지 않고 다른 인생을 걸으면 어쩌면 파멸을 막아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서란만이 부자 학교는 아니고, 명문 아가씨 학교 정도는 얼마든지 있으니까요.

그래요, 그러자! 라는 결의도 부모님의 얼굴을 본 순간 흔들렸습니다.

선민 의식의 덩어리의 부모는 "서초란 학원에 떨어졌다"같은 딸은 킷쇼우인 가의 낙오자로 간주하고 버리시는 것은 아니신지요..?

일단 전생(?)의 어른으로서의 기억이 있다고는 하지만 아직 5세의 아이가 이제부터, 부모의 시선에서 보는 것은 힘듭니다.

게다가 서초란의 초등과 수험에 실패해도, 중등과 수능이라는 순서가 있으니까..

또 그 학원에는 "어라"가 있으니까, 초등과에 입학하고 서란에서 중등과에 입학해도 아마 부모님은 무조건 수긍은 하시지 않으시겠지만요.

어머니는 이미 합격한 것이나 다름없다는 듯한 태도시고(합격 전에 초등과 앞에서 "레이카 양이 다니는 학원"이라고 말하시고 계셨고요), 형제자매는 거의 모두 다 서초란에 재학하시고, 졸업하신 분들 이십니다.

그런 가운데서 서초란 수험 실패를 고의로 할 용기는 저에게는.. 서민 시설의 소심하던 기억을 떠올려 버린 저로서는 절대로는 아니지만 가능할 거 같지는 않습니다.

할 수 없이 배를 묶인 채 서란에 가게 되겠지요.

하지만 만화의 각본대로 악역 캐릭터가 되는 것은 전력으로 회피하고 싶고, 찬밥이 된다는 것도 괴롭고~

그리고 만약 돌아가지 못한다고 해도 파멸을 맞은 뒤에도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기 위해서, 지금부터 가능한 한 조치를 취하고 싶습니다.

1. 평화를 목표로 두고 쓸데없이 적을 만들지 않습니다.

2. 낭비하지 않는다. 받은 용돈은 꾸준히 저금해서 몰락한 뒤의 학비에 충당합니다.

3. 황제에 관여하지 않습니다. 물론 고등과에 입학해오는 주인공에도 관여하지 않습니다.

4. 두 사람의 사랑에는 흥미 없어요,라던지 흐뭇하게 보는 쪽으로 합니다.  '알게 모르게'가 중요합니다. 여기서 존재감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거에요.

5. 일단 몰락해도 제 힘으로 평생 부양할 수 있는 기회를 놓치는 일 없을 일자리를 잡습니다.

목표는 공무원!

그래요. 일단 이런 것입니다.

본의 아니게도 악역 포지션인 킷쇼우인 레이카, 평온 무사한 일생을 보내기 위해서라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