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29.
제 29화.
여동생이 최근에 다이어트를 시작한 모양이다.
방에서 스트레칭을 하고 있다고 한다.
……딱히 뚱뚱해진 것 같지는 않은데. 오히려 마르지 않았나?
너무 무리하지 말라고 했더니, 반갑게 웃었다.
항상 그렇지만 단순하긴.
그리고 여동생의 방에서 들리는 묘한 소리의 정체도 알아냈다.
뭐라고 하는지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또 여동생의 방에서 묘한 소리가 들려서 걱정했었거든.
"밖에까지 목소리가 들려서."라고 자연스럽게 말하면, "어머, 들렸나요? 싫네요, 조심해지 않으면."라며 놀랬다.
응, 들렸어. 구호뿐만 아니라, 묘한 소리도 들려서 무섭거든.
또 하나의 여동생의 기행에 대한 문제가 해결됐다.
나도 일단 수험생이므로, 이 1년은 가만히 놔주면 고마울텐데.
어느 날, 여동생이 야식이라며 잡탕 죽을 끓여왔다.
저녁을 먹고 시간도 얼마 지나지 않아서, 솔직히 전혀 배가 비어있지 않은데.
별로 밤샘 공부할 생각도 없고, 한시 정도엔 잘 예정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먹으면 오히려 몸에 나쁘지 않을까…….
그렇지만 여동생은 빨리 먹어달라는 것처럼 기대하는 표정으로 이쪽 보고 있다.
곤란하네…….
이 그릇, 2인분 정도는 되는 크기라고.
여동생의 눈동자가 반짝반짝 빛나고 있다.
하아, 어쩔 수 없나…….
각오하고 뚜껑을 열어보니, 파가 동동 떠있는 계란 잡탕죽이 김을 피우며 나타났다.
공기에 덜어서 사기 숫가락으로 한 입 떠먹어봤다.
………짜잖아!
소금을 너무 많이 넣잖아, 여동생!
혀가 따끔따금했다. 지금 당장 물이 필요해.
……큰일이다, 시원한 물이 없다.
뜨거운 녹차밖에 없다. 뜨거운 음식에, 뜨거운 음료 ……동생아.
방에 있는 소형 냉장고에서 황급히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다행이야, 방에 냉장고를 받아놔서.
한밤중에 음료를 가지러 가다가 여동생의 기행과 조우하지 않도록 옛날에 샀다.
"어때요? 오라버니."
짜. 소금이 너무 지나쳐. 이거, 맛보지 않았니?
"……맛있었어."
그런 귀여운 눈으로 보면 사실대로 말할 수가 없다.
그치만 곤란하네. 맛이 아예 없는 초콜릿보다, 짠 잡탕죽이 장벽이 높아.
밥공기에 덜어논 양조차 다 먹을 자신이 없다.
하지만…….
여동생은 내 말을 순순히 믿었는지 생글생글 웃고 있었다.
어쩔 수 없나…….
적어도, 이 공기라도 어떻게든 열심히 먹는 수밖에.
표정에 드러내지 않도록 필사적으로 애쓰며 먹었다. 500ml의 물은 순식간에 없어졌다.
곧바로 한 병을 다시 열었다.
역시 그릇에 남아있는 전부 먹지는 못하고, 밤에는 그다지 식욕이 없어 미안하다고, 돌려줬다.
여동생은 "그럼 저도 조금 먹어볼까요."라며 한입 먹었다.
"어라? 조금 짠가?"
아는지, 여동생!
하지만 그건 '조금'차원이 아니라고.
……그런데도 여동생은 태연한 얼굴로 먹고 있다.
여동생의 미각, 상당히 거칠구나이다.
게다가 다이어트는 어쩌게. 자기 전의 탄수화물만큼 무서운 것도 없다고?
결국 남은 것은 여동생이 다 먹었다.
이대로는 또 지옥의 야식 공격이 올지도? 어쩌지.
"레이카, 오늘 야식을 만들어줘서 고맙지만 먹으면 졸리니까 앞으로는 신경쓰지 않아도 괜찮아. 나도 너무 늦게까지 공부할 생각은 없고."
"그런가요?"
"응. 마음만 고맙게 받아 둘께. 게다가 밤에 자기 전에 먹으면 살 쪄버린다구?"
"아, 그랬죠!"
다이어트중인 여동생에게 이 말은 효과만점이었다.
……다행이야.
그릇을 가지고 돌아가는 여동생을 내보낸 뒤, 나는 물로 과포화 상태가 된 위를 안고 피곤해졌다.
물을 너무 마셔서 기분 나빠…….
차라리 내쉬면 편해질지도…….
하지만 여동생이 열심히 만든 걸 쉽게 토해버리면 불쌍하니, 이 밤은 치밀어오르는 것과 싸우며 간신히 소화했다.
매년 발렌타인 때마다 아예 맛이 나지 않는 초콜릿에 대해서는, 작년에 함께 유원지에 갔던 미즈나시 양과 상담했다.
"여동생이 만드는 수제 초콜릿의 맛이 없는데 왜그럴까? 열심히 만들어준 본인한테 말하는 건 불쌍하니까 미안하지만 미즈나시 양, 여동생에게 슬쩍 레시피를 가르쳐줄 수 있어?"
그렇게 부탁하니, "초콜릿 맛이 덤덤하다고요?"라며 신기해하면서도 선뜻 승낙해주었기에 뒤에 집에서 함께 초콜릿을 만들기를 하게 되었다.
며칠 후, 여동생에게 받은 발렌타인 초콜릿은 제대로 달콤한 맛이 났다.
대체 미즈나시 양은 어떤 마법을 썼을까. 저 아이가 만든 초콜릿을 달게 만들다니.
그걸 미즈나시 양에게 물어보니,
"뚜렷한 원인은 모르겠지만, 중탕이라던가 분리라던가, 뭐 여러가지 일이 있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레이카 양도 지금까지 만드는 방법과 다른 방법을 알아줬으니, 내년부터는 분명 제대로 맛있는 초콜릿을 만들어주겠죠."
라고 말해줬다.
솔직히 안심했다.
이번에도 미즈나시 양에게 부탁해볼까.
하지만 여동생은 미즈나시 양을 매우 동경하고 있다. 동경의 대상인 선배 앞에서 실패하는 모습만 보이면 여동생이 우울해할지도 몰라.
그 아이의 장래를 위해서도, 슬쩍 요리교실을 권해야 할까나.
여동생은 밖에서는 잘도 내숭을 부린다.
확실히 킷쇼우인 가의 영예다운 모습이다. 부모님도 그 안이 유감스럽다는 사실은 눈치채지 못했다.
그리고 그런 여동생은, 내 앞에선 점점 고양이를 벗고 바보같은 행동을 한다.(역주 : 일본에서는 내숭을 떤다는 것을 고양이를 쓴다라는 표현으로 표현합니다.)
그만큼 내게 마음을 열고 있다는 증거겠지만, 너무 이상한 행동을 많이 해서 이쪽을 놀래키는 건 그만둬줬으면 좋겠어.
여동생, 옷장에 매달려 턱걸이 연습을 하려고 하지 마. 무서워.
♦♢♦♢♦
내 친구, 킷쇼우인 타카테루는 멋진 남자다.
우선, 좀처럼 화내지 않는다.
감정적인 모습은 거의 본 적도 없고, 기본적으로 누구에게나 정중한 대응을 한다.
궁도부에서도 부장을 맡아, 후배들로부터도 의지되고 있다.
성적은 항상 상위이지만, 그런 걸 드러내지도 않는다.
마치 나무랄 데 없는 인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꽤나 엉큼하고, 상냥한 미소 뒤에서 상대방을 생각대로 움직이는 녀석이다.
얼핏 누구에게나 상냥하게 대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이지만, 정말로 마음을 주고 있는 시람은 사실 적다.
그래도 뿌리는 올바른 녀석이고. 이래저래 돌보기도 잘한다.
주머니에 넣은 사람은 절대로 배신하지 않는다. 나는 그 녀석의 그런 점을 좋아한다.
그리고 그런 타카테루에게는 여동생이 하나 있다.
여동생은 잘 만들어진 로코코 인형같은 외모가 귀여운 여자다.
가만히 있으면 인형 같고, 웃으면 보조개가 귀엽다.
내가 여동생에게 선물을 가져오면, 진심으로 기쁜 듯한 미소를 짓는다.
오빠랑은 다르게 이면이 없다.
가끔 셋이서 말할 때가 있지만, 타카테루의 여동생은 항상 내가 가져온 과자를 맛있게 먹고 있다. 과자를 좋아하는구나.
전에 함께 유원지에 갔을 때는, 여동생이 곳곳의 노점에 시선을 보내고 있어서 먹기 쉬워 보이는 과자를 사줬더니 놀랄만큼 감사받았다.
고작 수백 엔짜리 음식에 눈물을 글썽거리며 "감사해요, 이마리 님!"라고 말해서, 그래그래, 오늘은 이 오빠가 뭐든지 사주마!라고 하고 싶어졌다.
아기에게 이유기를 보조해주는 기분이다.
여동생은 내가 말하는 타카테루의 이야기를 항상 즐겁게 듣는다. 솔직히 여동생이 타카테루를 너무 좋아한다.
여동생으로부터 "정말 좋아하는 오라버니!"같은 오라가 사무치게 전해져 오는 것 같다.
그리고 타카테루도 이 여동생을 너무 귀여워하고 있다.
타카테루는 거리감없이 달라붙는 사람을 싫어한다.
그러나 친동생이 그런다면 다르다.
타카테루의 여동생은 귀엽다. 타카테루를 정말로 상냥하고 멋진 오빠라고 생각하고 있다.
가끔 타카테루가 여동생의 반응으로 놀고 있는 것도 눈치채지 못했다.
손바닥 위에서 마음대로 이것저것 해보고 있다.
타카테루 자신은 자신이 시스터 콤플렉스가 아니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 같지만, 내가 보기엔 충분히 훌륭한 시스터 콤플렉스다.
거실에 소파에 앉을 때도 반드시 자기 옆에 앉힌다. 절대로 내 옆에는 앉게 하지 않는다.
여동생의 이야기를 들을 때면 평소의 가식이 조금 담긴 미소가 아닌, 마음 속에서부터 나오는 미소로 듣는다.
또 여동생은 그런 타카테루가 머리를 쓰다듬어주면, 기쁘다는 듯 웃는다.
정말로 이 남매는 사이가 좋다.
나는 건방진 남동생 밖에 없으므로, 이렇게 자신에게 정을 붙여주는 귀여운 여동생이 있었으면,하고 타카테루가 부러워질 때도 있다.
어느 날엔, 피우오와느의 살롱에서 타카테루가 아이라에게 "수제 초콜릿이……."라며 무언가 의미심장한 걸 상담하고 있는 목소리가 들렸다.
타카테루에게 무슨 일이냐고 물어보니, "여동생에게 발렌타인 때 초콜릿을 만드는 법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한 거야."란다.
발렌타인 데이?
그러고보니 타카테루는 매년 여동생 양에게 수제 초콜릿을 받고 있었지.
"올해는 나도 네 여동생에게 초콜릿좀 받아 볼까~"라고 했더니,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왜 여동생이 너한테 발렌타인 초콜릿을 줘야 하는데?"라며 신기해하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이 중증 시스터 콤플렉스 같으니…….
한 번은 시스터 콤플레스 타카테루를 놀리려고, "나랑 네 여동생이 결혼하면, 타카테루는 내 처남이 되겠네. 만약 정말로 그렇게 되면 어쩔래?"
라고 웃으며 말했더니, 말없이 명치에 힘이 담긴 주먹을 한방 맞았다.
……미안, 두번 다시 말 안 할게.
어쨌든 그 남매는 재미있다.
아니, 여동생이 엮이면 그때부터 재미있어진다.
나는 오늘도 달콤한 과자를 가지고, 킷쇼우인 가를 찾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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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 29
작가 : ひよこのケーキ
번역 : silver lining(greenwis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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