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lining's tapestry

2015년 12월 3일 목요일

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17.

제 17화.



지난 이야기,
저, 킷쇼우인 레이카는 황제폐하께 스파이라는 이름의 잔심부름을 하명받아 버렸습니다….

그 뒤, 황제는 살롱에 있던 분들을 방에서 쫓아내시더니, 저, 황제, 엔죠의 3명만 남기고 작전 회의를 시작했습니다.


"우선, 너. 아이라한테 무슨 말을 들었지?"

으으, 눈이 무섭습니다….
도망가고 싶다구요.

"그, 그러니까 유리에 님이 시간을 두실 생각이시라는 이야기를……."
"어떻게 네가 아이라한테 그런 말을 들었지?"
"영어교실에서 우연히 만났을 때, 아이라 님이 카부라기 님의 모습이 어떠냐고 물어보셔서, 기운이 없어 보인다고 대답했더니 유리에 님의 의도를 들려주셨습니다."

두,두려워! 무섭다고요! 노려보지 말아요!
또 본인 앞에서 처음으로 이름을 불러버렸습니다.
게다가 긴장해서 말에 힘이 들어가 버린 거 같은데.
누구라도 좋으니까 제발 도와주세요.

"뭘 멋대로 남의 일을 말하고 다니는거냐?"

맞는 말이십니다.
누구라도 자기가 모르는 곳에서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좋은 기분일 리 없겠죠.
어라? 저, 주인공이 입학하기 전에 끝날지도요……?

"뭐뭐, 그렇게 놀리지 말라고. 겁먹었잖아."

그러면,하고 제게 미소를 향하는 엔죠 슈스케.
그 미소, 믿어도 되나요?

"시끄러워, 슈스케."
"요즘 마사야는 학원 안에 소문이 쫙 퍼질 만 했잖아? 어때, 킷쇼우인 씨?"

그런 말, 저한테 하지 말아 달라구요.
생각하고 있었어도 대답할 수 있을 리 없잖습니까.
사실이기는 하지만요.

"슈스케, 너……."
"마사야도 유리에의 정보를 알고 싶잖아? 그러면 위협이 아니라 좋게 부탁해야지? 뭐, 아이라라면 내가 물어봐도 괜찮겠지만."

꼭 그렇게 해주세요.
그리고 한시라도 빨리 저를 여기서 놔주시라구요.

"안 돼. 슈스케한테는 아이라도 말해주지 않을껄. 이 여자를 쓰자."
"아, 그럴지도~. 그럼 킷쇼우인 씨, 부탁해도 될까? 구체적으로는, 유리에가 얼마나 화났는지랑 언제쯤 용서해줄 생각인지? 그럼 마사야, 그 다음은 어떻게 할까?"

"……유리에가 날 용서해줄 생각이 있는지."
"으음, 시간을 둔다고 했으니까, 절교할 생각은 없을껄? 마사야가 이정도로 반성하고 있다는 걸 알면 유리에도 용서해줄지도."
"그렇구나!"

갑자기 기운을 차렸습니다.
이 사람 의외로 단순?
꺄앗, 건방진 생각해서 미안해요! 죄송해요!
그렇게 쏘아보지 말아달라구요……!
역시 황제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걸까요…….

"좋아! 너, 영어교실은 언제지?"
"모레입니다."
"뭐야, 아직 멀었잖아. 차라리 지금부터 중등과에 가서 아이라한테 물어보고 오지?"

말도 안되는 소리입니다만.

"또 억지부린다는 걸 알려지면 유리에가 더 혼낼껄. 지금은 얌전히 모래까지 기다리는 게 좋아."
"핫, 그렇군. 더 이상 화나게 하면 안되겠지."

유리에 님의 이름이 나오면 순순히 듣는군요.
역시 단순?

"그럼 그런 일로. 킷쇼우인 씨, 부탁하니까."

생─긋.
제 의지는 무시하는 건가요. 그런거군요.

"너! 이름이 뭐냐."
"킷쇼우인 레이카입니다만……."

이제와서요? 괜찮긴 하지만.

"좋아! 킷쇼우인! 훌륭하게 스파이의 사명을 다해라!"
"하아."

뭐가 스파이입니까. 그냥 심부름이잖아요.

완전히 건강해진 황제는 배고프다며 과자를 가지러 갔습니다.

'나르시스트는 아니다'라고 말한 건 대체 누구죠. 아, 저였죠.
보는 눈 없군요, 저.
이걸 거만하다고 하지 않으면, 달리 뭐라고 말해야 할지.
어떻게 거의 이야기한 적도 없는 이름조차 모르는 사람을 여기까지 자연스럽게 시킬 수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차라리 아이라 님을 통해서 유리에 님한테 찔러드릴까요.
순진한 여학생을 위협하고 심부름꾼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라고요.

……아니아니, 그랬다가는 큰일나겠죠.
그런 짓을 했다간 100% 확실하게 죽일테니까요. 네, 분명히.

"힘내, 킷쇼우인 씨. 성공하면 동경의 마사야한테 감사받을껄?"
"별로 동경하지 않았습니다만……."

너무나 불합리한 취급에, 무심코 작게 본심이 터져나왔습니다.
황제를 동경하던 과거는 전부 전생에 버리고 왔답니다.
2차원을 동경하는 조금 이상한 여자였지만 뭐 어떤가요?
지금 저에게는 황제는 파멸의 대명사이며, 동경했던 일은 한 번도 없는 겁니다.

"어라, 정말로? 마사야를 자주 보길래 킷쇼우인 씨도 마사야를 좋아한다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킷쇼우인 씨의 친구들은 우리 주변을 얼쩡거리기도 하고."

심한 말투군요. 게다가 제가 몰래 관찰하고 있었다는 것도 들켰었나 봅니다.

"두 분은 눈에 뗘서, 무심코 눈이 가게 되는 거에요. 폐가 됐다면 미안해요. 앞으로는 조심할께요."

우선 마음을 다잡지 않으면.
황제의 눈빛만 없으면 제가 기르는 마음 속의 거대한 고양이는 부활합니다.
엔죠한테는 지지 않는다구요!

"그럼, 이야기도 끝난 것 같고, 저는 돌아가지요. 안녕히."

한시라도 빨리 이 마굴에서 벗어나고 싶습니다.
꼬리말고 전력질주로 달아나고 싶은 거에요.

"응, 안녕. 조심해."

엔죠가 상냥하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제가 돌아가는 걸, 쿠키를 깨물며 걸어오던 황제가 발견하고는,

"오오! 심부름꾼, 제대로 하라고?"

심부름꾼이라니….
스파이 아니었습니까. 빨리 스파이라고 고쳐요.


입이 화근이라더니.
어쩐지, 이제 거의 눈물이 나올 것 같습니다.
동서고금, 임무에 실패한 스파이는 조직에게 처리당한다죠.
제 내일은 어느 쪽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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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20/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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