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lining's tapestry

2015년 12월 1일 화요일

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13.

제 13화.


"우흐흥~"

저는 눈앞의 상자를 열며 빙긋이 웃었습니다.

아무도 없는 제 방에서 저는 가끔, 한밤중에 옷장 안쪽에 고이 모셔둔 이 자물쇠가 달린 상자를 꺼내 안을 확인하곤 합니다.


"꽤 순조롭게 쌓이고 있네요."


상자 속에는 지폐 다발이!
저, 지금 장롱 저금하고 있습니다.


킷쇼우인 가문에서는 제 상식으로는 받아들일 수 없을 정도의 액수를 용돈으로 주고 있습니다.
매달 일정한 금액은 아니지만 그 액수는 무려 한 번에 몇 만엔.
초등학생에게 줄 액수가 아니지 않나요?
아이에게 이렇게나 큰 돈을 주면, 장래에 변변찮은 인간이 될거라고 생각합니다만..

친구와의 교제나 뭔가 필요하면 그때를 위해서 주는 것 같지만, 어차피 방과 후에는 교습으로 바빠서 학교 아이들과 놀러 갈 틈도 거의 없고, 쓸 데도 없습니다만..
학교에서 필요한 것은 집에서 사주시는데다, 바깥에서 원하는 것이 있을 때는 하인이자 운전기사 겸 전속집사가 사 주십니다.
덕분에 돈은 착실하게 모이고 있습니다.
이 돈은 장래, 혹시라도 가문이 몰락했을 때를 대비해 학비에 보태 쓰고 싶습니다.

그래도 제게도 몰래 사고싶은 물건이 있거나 하므로(주로 과자), 스스로 매달 용돈 액수를 결정했습니다. 월 500엔입니다만.
초등학생의 용돈으론 이 정도가 타당하죠?
그리고 나머지 돈은 이 자물쇠가 달린 커다란 보석함에 보관합니다.

아이가 금고를 갖고싶다니 수상하게 생각할 테니, 열쇠로 잠글 수 있는 금고 대신으로 쓸만한 게 없을까 해서 찾던 중, 보석 가게에서 찾았습니다.
크기도 아이가 양팔로 안을 정도의 사이즈로, 지폐를 넣기에 딱이랍니다.
보자마자 함께 있던 어머님에게 졸라서 샀지만요.

다른 분들은 아무래도 여자가 좋아하는, 반짝반짝한 아름다운 보석함에 매료됐다고 생각하시는 것 같지만, 실용성만으로 뽑은겁니다.
모처럼이라고, 이 보석 상자에 넣을 핑크 사파이어가 목걸이까지 사주신 건 오산이었지만.


그날 밤에는 당장 보석함 속에 있던 부드러운 벨벳으로 만들어진 반지곽이나 칸막이를 서슴없이 벗겨내서 단순한 네모란 상자로 만들었습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사전 사이에 끼워 숨겼던 돈을, 전 보석 상자, 지금은 현금 창고로 바꾸었습니다.
상상했던 대로, 지폐가 여유롭게 수납될 정도의 충분한 금고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좋은 물건을 발견했는걸요.
열쇠만은 잃어버리지 않도록, 책상 서랍 뒤쪽에 테이프로 붙여 두었습니다.


그리고 현재, 저는 때때로 밤이면 마루 밑에 숨겨놓은 금화가 가득찬 항아리를 확인하며 음흉하게 웃는 사또같은 모습입니다.

"한 장, 두 장……."

웃후후후후…. 웃음이 그치질 않습니다.



학원에서는 학년이 올라갈수록 학원 내의 카스트가 대충이지만 분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하고 있었습니다.
상위에 속하는 건 물론 프띠 피브와느 멤버. 한 학년에 남녀를 합해서 10명 안팎밖에 없으므로 확고한 상류층입니다.
서란 초등과에 입학한 시점에서, 어느정도 상류의 아이들이 있어서, 가문의 힘보다는 본인의 자질로 중위와 하위권이 미묘하게 나뉩니다.
중위에서도 위쪽의 아이들은 상위의 추종자가 되곤 합니다.
그리고 하위의 착한 아이들은 조용히 살고 있답니다…….

그리고 저는, 여자 중에서는 최대 세력의 최고 멤버입니다.
덕분에 괴롭힘 당할 일은 없지만, 착한 아이들에게 두려움의 시선을 받는게 슬픕니다. 어느 쪽인가 하면 저는 그런 아이들과 한가롭게 이야기하고 싶은데 말이죠?

제가 속한 그룹은, 아이 주제에 벌써 자존심이 높습니다.
편의점 막과자는 무슨 일이 있어도 먹지 않을 것처럼 보이는 아이들 뿐.
프티 피브와느 멤버가 몇명 있어서, 그룹에서는 전통과 격식을 존중합니다. 본인보다 추종자들이 그걸 더 뽐내서 꽤 피곤합니다만.

언제 가짜 아가씨의 가면이 벗겨질지, 숨이 가쁜 거에요.
킷쇼우인 가문의 체면을 으깰 수 없으니 주위의 이야기에 웃어주며 말을 맞추고 있습니다.
초등학생인데, 벌써부터 인간 관계로 힘든 겁니다.

그런 아이들과 언제나처럼 일행이 되어 복도를 걷고 있으면, 저쪽에서 아키자와 군이 다가왔습니다.
아키자와 군은, 저를 알아보고 한순간 웃으며 손을 흔드려 했으나, 주위의 여자아이들의 박력에 기가 죽었는지, 겁을 먹은 듯 눈을 감고 지나갔습니다.

으아, 역시 그런가요.
여자의 집단은 무섭죠. 게다가 저희 그룹은 특히.
미안 미안, 아키자와 군.
최근에는 학원에서도 항상 옆자리라 많이 친해져서, 모처럼 첫 남자 친구 겟?!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이걸로 두려움 받아서 앞으로 학원에서도 절 피하시면 슬퍼지겠죠…….
오늘 학원에 가면 사과해야겠네요.


"아니, 별로 신경쓰지 마. 나도 무시했고, 무승부잖아?"


학원에 도착해 "말하기 어려운 분위기라 미안했어요. 무시해 버렸네요."이라고 사과하니, 아키자와 군은 웃으며 용서해주었습니다. 좋은 아이군요, 아키자와 군!

"여자의 집단에 말을 거는 건 용기가 필요하겠죠?"
"확실히. 그리고 특히 킷쇼우인 씨의 그룹은-"

그렇겠죠.
아키자와 군은 학원내 카스트를 따지자면 남자 중위권 정도로, 상류층의 추종자도 아니고, 그렇다고 하위처럼 얌전하게 지내지도 않는, 딱 중간 같은 아이니까요.
저로서는, 그 근처가 제일 자유롭고 편할 것 같아서 부럽습니다만.

"내가 킷쇼우인 씨랑 같은 학원에 다니고 있는 거, 다른 친구들은 알아?"
"아뇨. 그 전에 제가 학원에 다닌다는 것 자체도 모르는걸요."
"아, 그렇구나. 혹시 말하지 않는 편이 좋았을까나? 나, 친구 몇몇에게는 말해버렸는데."
"별로 감춘 것도 아니에요. 굳이 말할 필요도 없었다고나 할까요."

거짓말입니다. 절대로 숨기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들키면 함께 다니려는 아이들이 나올지도 모르고,
그러면 제 본래의 목적인 편의점에서 과자도 사지 못하게 되어버리니까요.

"흐응. 그럼 학원에서는 킷쇼우인 씨에게 말을 걸지 않는 게 좋으려나... 어떻게 알고 있는지 이유를 말하지 않으면 안 될 테니까."
"그런, 별로 신경쓰지 않으셔도 괜찮으니까요."

그러면 뭔가 일부러 범죄를 시키는 것 같아서 죄송하니까요.
게다가 이미 학원에는 아키자와 군이 있고, 편의점 출입은 단념했으므로, 이제는 학원에 걸려도 별로 문제도 없고요.

"응, 그치만 역시 이대로가 좋아. 킷쇼우인 씨도 서란과 학원의 킷쇼우인 씨는 뭔가 다르거든."
"그래요? 다른가요?"
"응. 원래 내가 먼저 말했었지? 킷쇼우인 씨가 이렇게 대화하기 편한 사람인 줄은 몰랐다구. 조금 더, 너 따위가 말을 걸어?같은 태도라도 취할 줄 알았거든."
"에─!"
"아하하."

저는, 그런 이미지인 건가요….
사실, 희미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말이죠.
하지만 역시 쇼크.

"제가 그렇게 싫은 느낌으로 보이나요?"
"에, 미안. 상처받았어? 그, 그게 그러니까, 나쁜 뜻이 아니라, 뭐랄까, 피우오와느의 사람들과 우리랑은 사는 세계가 다르달까. 킷쇼우인 씨도 친구에게 레이카 님이라고 부르고."
"아─…"

흔히 말하는 "평안하신가요"처럼, 서란의 오랜 전통의 흔적 말이군요.
피우오와느의 멤버는 특히 여기저기서 존대로 불리니까.

"아, 나도 킷쇼우인 님이나 레이카 님이라 부르는 게 좋을까?"
"절대로 그만두세요"

제 속도 모르면서, 아키자와 군은 아하하,하고 웃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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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20/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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