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lining's tapestry

2015년 12월 10일 목요일

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24.

제 24화.



아가씨들에겐 아가씨들만의 교제라는 게 있습니다.


저를 포함한 영애들은 많은 교양수업을 배우고 있습니다. 그런 중에는 발표회가 따라오는 수업도 많이 있습니다.
뭐 솔직히 말하면, 아이들의 연주나 춤에 흥미있는 사람은 없겠지만요. 하지만 가족들만으로는 객석이 메워지지 않고, 체면도 신경써야 하니까 아이가 있는 상류 계급의 집에서는 사교도 겸해서 서로 상부상조하며 만납니다.

오늘도 그런 관계의 한 사람이 나오는 바이올린 발표회에 참석했습니다.
같이 오신 어머님은 아직도 제게 바이올린을 가르친다는 꿈을 포기하지 못하셨는지, 이를 계기로 시작해보는 게 어떠니?하고 말씀하셨습니다.

거절했지만요.

어머님의 강한 권유로 한번 체험 수업에 갔던 적이 있는데, 바이올린의 현을 누르는 손가락이 많이 아팠거든요. 심지어 마찰로 지문이 지워더라구요. 연약한 저로선 이건 좀 무리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어머니가 권유하셨던 플루트도 전생의 초등학교에서 반 전체 합주 발표회가 열렸을 때, 마지막의 마지막에 제가 '삐이익'이라는 황당한 소리를 내서 합주를 망쳐버렸던 악몽의 기억이 있어서 관악기엔 가벼운 트라우마가 있어서 거절.
반 애들과 교실로 돌아온 뒤 '그런 소릴 낸 녀석은 대체 누구야!'라며 범인 찾기를 시작했을 때는 정말 무서웠다구요.
저도, 에~모르겠어~라는 얼굴을 했지만, 속으로는 심장이 두근두근했으니까요. 제 옆에 있던 애들의 입이 무거워서 정말로 다행이었죠.
그러니까 음악계는 피아노만으로 이해해주셨으면 합니다.


발표회가 끝나고, 우리는 꽃다발을 건네기 위해 로비로 나섰습니다.
기다리는 동안에 지루해서 주위 근처를 가만히 둘러보고 있으니, 의외의 인물이 있었습니다.

"아키자와 군?"

아키자와 군이 저와 같은 꽃다발을 들고 조금 떨어진 곳에 서 있었던 겁니다.
저는 어머님에게 아는 친구가 있다고 말하고, 아키자와 군의 옆으로 다가갔습니다.

"아키자와 군? 왜 이런데 계시는 거죠?"
"어라, 킷쇼우인 씨?!"

돌아본 아키자와 군이 제 모습을 보고 놀랐습니다.

"킷쇼우인 씨가 왜 여기에? 그리고 난 소꿉친구가 오늘 발표회에 참가한다고 해서 보러 왔는데, 킷쇼우인 씨는?"
"저도 비슷해요. 친구가 나왔더라구요."

우리가 대화하고 있으니, 아키자와 군의 어머님같은 분과 제 어머님과 같이 찾아오셨습니다.

"레이카, 친구니?"
"아, 어머님. 아키자와 군이에요. 서란의 동급생인데다 학원도 같아서요."
"처음 뵙겠습니다, 아키자와 타쿠미입니다."

어머님은 상대가 서란의 학생이라는 걸 알고 생긋 웃으셨습니다.
저도 아키자와 군의 어머님께 인사를 드립니다.
서로의 어머니가 인사를 나누시는 동안, 우리는 아까의 이야기를 계속합니다.

"소꿉친구라면, 발렌타인 때 초콜릿을 줬다는 분인가요?"
"응, 맞아. 잘도 기억하네. 집이 근처라 어렸을 때부터 가족끼리 사이가 좋았어. 동갑이지만 여동생같달까?"
"여동생인가요."
"응, 예전부터 내 뒤를 따라다니는데다가 유치원도 같아서. 다른 초등학교에 다닌다고 했을 때는 엄청 크게 울어서 힘들었지. 오늘도 꼭 보러오라고 해서─."

아키자와 군, 그거…….

그때, 발표회에 참가했던 아이들과 그 가족들이 로비로 줄줄 나왔습니다.

"타쿠미!"

긴 생머리의 일본식 미소녀가 아키자와 군의 이름을 부르며 이쪽으로 종종걸음으로 달려옵니다.

"아, 사쿠라코. 수고했어! 연주 멋지던데!"

아키자와 군은 그 여자아이를 웃으며 반갑게 맞이했습니다.
여자아이는 아키자와 군에게 칭찬받고 반갑게 뺨을 붉히며 웃었지만, 옆에 서있는 저를 보고 당황스런 표정을 지었습니다.

"타쿠미, 이 분은 누구?"
"아, 이쪽은 킷쇼우인 씨. 서란의 동급생인데 학원에서 같은 반이야. 학교 반은 다르지만."

그렇지? 라며 저를 보고 순수하게 미소짓는 아키자와 군.
그리고 그걸 보고 화가 난 표정을 짓는 소꿉친구씨.

"그럼 이쪽이 아까 말했던 소꿉친구, 후키오카 사쿠라코."
"킷쇼우인 레이카라고 해요. 처음 뵙겠습니다."
"……후키오카 사쿠라코랍니다."

분명 제게 좋은 감정을 품고 있지 않을 법한 표정입니다만.
아아, 이건 확정이네요.

"타쿠미, 설마 함께 왔어?"
"아니. 킷쇼우인 씨의 친구도 오늘 발표회에 나왔대. 아까 우연히 만났어, 킷쇼우인 씨."

다시 아키자와 군이 저를 보며 미소짓자, 소꿉친구인 후키오카 씨의 표정이 더욱 써졌습니다.
아, 노려보고 있어요.

"타쿠미에게 여자친구가 있다고는 듣지 못했다구? 항상 남자애들 이야기밖에 안해줬으면서."
"그랬나? 뭐 기본적으론, 학원에서밖에 말하지 않으니까."
"친한 사이?"
"에~, 어떠려나? 우리, 나쁘지는 않지?"
"네? 네, 그렇죠."


​……후키오카 씨는 서럽게 아키자와 군을 바라보고 있습니다.


하아, 이게 무슨 일인가요.
아키자와 군은 저처럼 연애랑은 전혀 인연없는 평범한 초등학생이라고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설마, 멜로물의 왕도, "소꿉친구의 안달나는 짝사랑"이라뇨, 어처구니없는 카드를 가지고 있을 줄은!!
저처럼 그런 쪽으로는 전혀 줄이 없는 동료라고 생각했던 아키자와 군은, 원래 저와 시작점부터가 달랐던 거군요…….

소꿉친구한테서 매년 발렌타인 때마다 초콜릿을 받는고 했던 시점에서 눈치채어야 했어요. 초콜릿도 친구 초코도 아니고, 진짜 애정이 담긴 초콜릿이라고는.
그런 강력한 카드를 가지고 있는 아키자와 군과 한 장도 없는 저를 같은 처지라고 생각했다니, 슬라이딩-큰절로 사과하고 싶을 정도네요…….

아키자와 군은 후키오카 씨의 기분이 나빠진 이유를 모르는지, 한가롭게 "왜 그래?"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왕도네요. 왕도 중의 왕도, "둔감한 소꿉친구"!
아키자와 군, 당신이 저 멀리 가버리고 있습니다…….

후키오카 씨 입장에서 보면 지금 저는 어렸을 때부터 좋아했던 소꿉친구의 옆에 갑자기 튀어나온 악역 라이벌 캐릭터겠죠.
'너는 나의 dolce'의 주인공조차 아직 등장하지 않았는데, 왜 전혀 상관없는 곳에서 라이벌이 되지 않으면 안 되는 거죠.
초등학생 시절부터 이런건 사양이라구요.

저를 초청해 준 아가씨 친구가 로비에 나타났기 때문에, 다행히 철수할 수 있었습니다.

"어머님, 에밀리 님이 나오셨어요. 꽃을 건네드려야죠."
"어머, 그렇구나. 그럼 아키자와 부인, 또 만날 날을 기대하고 있을게요. 저희는 이만, 먼저 실례할께요."
"실례했습니다. 안녕히계세요, 아키자와 군, 후키오카 씨."
"저야말로, 만나서 영광이었답니다. 안녕히가세요"
"킷쇼우인 씨, 또 학원에서 보자."
"……잘 가."

등에 박히는 후키오카 씨의 시선이 아파요. 아프다구요!


밖에 나오니 눈이 내리고 있었습니다.
……어쩐지 추운 날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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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20/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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