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23.
제 23화.
창립기념일은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른 하늘. 말 그대로 유원지에 가긴 딱 좋은 날씨였습니다.
주위를 둘러싼 자체발광 3인에게 둘러싸인 제 기분 또한 최상.
최대한 많은 놀이기구를 타고 싶어서 저희는 개장 직전에 도착했습니다.
제일 먼저 타는 것은 역시 인기있는 롤러코스터계. 아직 손님이 적을 때 미리미리 타둬야죠.
부잣집 아이들은 고용인에게 대신 줄을 세워 순서가 오면 바꿔타는 아이들도 있는 것 같지만, 저희는 저희들이 제대로 줄섰습니다.
그런건 왠지 새치기를 하는 느낌이라 다른 손님들에게 미안하니까요.
계속 서있는 피곤해도, 이야기를 하고 있으면 즐겁구요!
중등과와 고등과의 피브와느는 합동이므로 아이라 님과 오라버니 일행은 그렇게 친한 사이는 아니지만, 몇 번 정도 이야기를 나눠봤다고 하십니다.
아이라 님은 이마리 님에게 고등과 이야기를 즐겁게 듣고 계십니다.
다행이네요. 아이라 님이 별로 친하지도 않은 오라버니들과 함께라 재미없어 하셨으면 어쩌나 생각했었거든요.
즐기실 수 있다면, 저도 기쁘답니다.
그러면 나란히 줄서있던 손님들이 이쪽을 힐끔힐끔 보고 있습니다.
그렇군요. 반짝반짝 하는 이 후광이 궁금하신거죠. 압니다.
이쪽에선 그렇게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쓸때없이 기다리는 동안의 오락을 제공해주고 있다는 생각하고 용서해주죠.
주위를 둘러보니 대부분이 친구끼리 와 있지만, 간간히 커플도 보입니다.
객관적으로 우리들도 더블데이트처럼 보일까나요?
이마리 님과 아이라 님은 둘이서 나란히 서있는 것만으로도 미남미녀 커플로 보이지만요. 응응.
그럼 오라버니는?
더블데이트를 할만한 여자친구가 없어서 여동생을 데려와버린 불쌍한 사람?
싫습니다! 제 오라버니가 그런 불쌍한 사람으로 보인다뇨!?
오라버님도 인기 정돈 많다구요! 발렌타인 데이 초콜릿도 많이 받아 오시거든요!
여동생밖에는 데려올 여자아이가 없는 그런 불쌍한 사람 따위가 아니라구요!
"레이카, 또 이상한 생각하고 있지."
오라버니가 수상쩍단 눈으로 저를 바라보셨습니다.
네? 무슨 말씀이세요?
놀이기구는 아이라 님과 함께 탔습니다.
로코코의 여왕을 에스코트하는건 기사님이라고 정해져 있으니까요!
이마리 님이 남자끼리 타? 라고 미묘한 표정을 지으셨지만, 당연합니다.
거기다 아이라 님을 이마리 님의 마력에서 지키지 않으면!
으응? 저, 혹시 방해인가요?
대충 제트 코스터계를 타고, 이제 좀 부드러운 계열을 타려고 걷고 있으면, 이마리 님이 우리에게 츄러스를 사주셨습니다!
먹으면서 돌아다니기!
꿈에도 그리던 먹으면서 돌아다니기!
기뻐! 맛있어!
걸으면서 먹다니, 킷쇼우인 가의 딸이라면 절대로 허용되지 않지만 오늘만은 괜찮은거에요!
와서 정말 다행이야!
사주신 이마리 님, 고마워요.
과연 여자의 마음을 속속들이 알아채는 나쁜 남자! 무심코 사랑해버릴 것 같습니다.
아아, 행복해라,이라고 웃으면서 우물우물거리며 걷고 있으니, 오라버니와 이마리 님이 한 여자의 집단에 말을 받으셨습니다.
아무래도 서란 고등과의 학생 같습니다. 창립기념일이니 저희들처럼 놀러온거겠죠.
"설마 모모조노 님과 킷쇼우인 님을 만나다니!"
"이마리 님도 참, 저희들이 불르러 갔을 때는 거절하셨으면서요."
"킷쇼우인 님, 예전에 하셨던 궁도 경기, 갔었답니다. 정말 멋있으셨어요."
"어머 저도요."
대단하네요. 아이돌을 발견한 팬 아이들 같아요.
크게 기뻐하고 있습니다.
저와 아이라 님은 조심스레 떨어져서 다소곳이 츄러스를 먹으며 추이을 지켜보고 있습니다.
혹시 이중에도 오라버니께 발렌타인 초콜릿을 준 사람들이 있을까요?
매년 의리를 포함하면 2, 30개 정도는 받아오셨는데요.
아, 오라버니한테 도취된 여자들도 있네요.
좋아. 시누이 레이더 스위치 ON!
"모모조노 님, 킷쇼우인 님, 오늘은 두 분이서 오셨나요?"
"아니, 설마. 타카테루의 여동생이랑 그 아이의 선배와 함께 왔어."
"여동생, 님?"
이제야 알아채셨나요.
"평안하신가요, 킷쇼우인 타카테루 오라버니의 여동생, 레이카입니다."
"중등과 2학년의 미즈나시 아이라라고해요.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
먹다만 츄러스가 한 손에 들려있지만, 생긋 웃으며 인사합니다.
"어머! 킷쇼우인 님의 여동생 님?! 처음 뵙겠어요!"
저마다 서로 자기소개를 해주셨습니다.
그러나 오라버니의 여동생, 게다가 초등학생인 제게는 평범하게 웃어줬지만, 아이라 님을 보는 눈에는 미묘하게 힘이 들어가 있습니다.
라이벌 인정이에요?
그러나 아이라 님의 적은, 나의 적!
제 시누이 레이더가 삑삑 반응하고 있습니다!
대체로, 여동생의 선배라고 소개했는데 그런 눈을 하시는 건 실례가 아닌지요. 뭐, 미인이신데다 늠름한 분위기의 아이라 님에게 위축되는것도 당연한가요.
그 무슨 일에도 동요하지 않는 아이라 님, 멋지세요!
어라? 그런 아이라 님을 보고 뺨을 붉히는 언니도 있습니다. 이분은 제 라이벌?!
"모모조노 님, 저희들도 함께 다녀도 괜찮으신가요?"
"그렇군요, 모처럼이구요. 어떠신지요, 모모조노 님, 킷쇼우인 님."
"키쇼우인 님은 휴일에 여동생 님과 함께 외출하시다니 정말 상냥하시네요."
"키쇼우인 님, 식사는 벌써 하셨나요? 괜찮으시면 부디 함께."
"이마리 님."
"미안하지만."
오라버니가 다정하게 미소 지으셨습니다.
"오늘은 여동생과 그 친구의 아이라 씨랑 함께 놀기로 약속했거든. 미안하지만, 다음에 기회로 해주지 않겠어?"
"하지만……."
"여동생을 소홀히해서 미움받고 싶지 않아서 말이야. 미안."
오라버니는 곤란하다는 듯이 미소 지으시며 말하셨습니다.
그녀들은 그 얼굴을 보고 더 이상 강하게 나갈 수 없게 된 듯 했습니다.
"나도 여동생한테 미움 받긴 싫어서~. 미안. 내일 학교에서 봐."
"……알겠습니다. 유감스럽지만……."
이마리 님도 오라버니에 편승하셨습니다. 오라버니의 저에 대한 사랑은 의심하지 않습니다만, 이마리 님은 절 완전히 핑곗거리로 쓰신거죠?
뭐, 이번만큼은 츄러스도 사주셨으니 용서해드릴께요!
여자아이들은 거절해도 뒤에서 몰래 따라오지 않을까 싶었지만, 제대로 예의를 지켜주신 모양입니다.
저희는 다시 즐거운 놀이공원를 만끽하기 시작했다.
밤은 초등학생인 저와 중학생인 아이라 님이 있기에 일찍 돌아가게 되었습니다.
각자의 집에서 차가 데리러 나왔기에 현지에서 해산.
저도 오라버니와 함께 킷쇼우인 가의 차에 올랐습니다.
"레이카 기왕이면 밖에서 식사하고 돌아갈까?"
"네!"
오라버니와 둘이서 외식!
꼭 가고 싶어요!
"가고 싶어요!"
"응. 그럼 레이카는 뭘 먹고 싶니?"
제가 먹고싶은거요?
우~음. 이왕이면 서민적인 심플한 음식을 먹고 싶네요. 요새의 저는 서민의 맛에 굶주려 있다구요?
오라버니라면 용인해주실지도!
카레라이스, 돼지고기 생강구이, 생선구이 정식, 라면…….
"오므라이스!"
마을 정식점의 오므라이스, 그건 분명 맛있죠.
킷쇼우인 가문의 요리사님이 만들어 주신 적도 있지만, 가계 오므라이스는 특별한거에요.
"오므라이스인가, 알았어."
그리고 도착한 곳은 마루노우치에 있는, 정식 식당과는 거리가 먼 야경이 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이었습니다.
테이블에는 천장에 핀 조명이 비치고 있는데 엄청 분위기 있습니다.
어라? 제가 생각하던 거랑은 많이 다른데요…….
메뉴에 쓰인 오므라이스의 가격은, 전 서민이던 저로선 생각할 수도 없는 금액이었습니다.
비, 비싸…. 서민 음식인데.
카트에 실려온 오므라이스는 핀스폿에서 황금빛 계란 위에 데미그라스 소스가 아름답게 반짝이고 있었습니다. 무심코 오므라이스님이라고 부르고 싶어질 정도네요, 이건.
맛은 전혀 서민적이지 않았지만, 볼이 늘어질 정도로 맛있어서, 이 또한 만족했습니다.
"그러고보니 오늘 오라버니와 이마리 님은 정말 인기 많으셨어요."
그렇게 말하니 오라버니는 조금 표정을 찡그리셨다.
"오라버니는 몰라도, 이마리 님은 저희같은 애들이랑 노는 것보다 그분들과 함께 노는 쪽이 즐거우시지 않으셨을까요?"
"……이마리는 이미 여자친구가 있어서."
"에!"
금시초문입니다!
"듣지 못했어요!"
"그건 물어보지 않았으니까."
"그, 모처럼의 휴일에 저희와 함께 노셔도 괜찮으신건가요?"
"학교가 다르거든."
뭐라고요!
이마리 님께 여자친구가 있다니! 그럼 그렇게 멋지고 상냥하신 것도 이상하지 않지만요.
아이라 님이 유원지에서 이마리 님과 친하게 이야기하고 계셨는데, 설마 좋아하게 되진 않으셨겠죠?
돌아오던 차 안에서 당장 아이라 님께 오늘 일의 감사문자를 보냈습니다.
거기에 '아까 오라버니께 이마리 님에게 여자 친구가 있다고 들어서 깜짝 놀랐어요! 어떤 분일까요? 아, 이건 저와 아이라 님만의 비밀로 해주세요.'하고 선수를 쳐 놓았습니다.
아마 그렇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만일 아이라 님이 이마리 님을 좋아하게 돼서, '사실 이마리 님을 좋아해'라고 커밍아웃하시면 곤란하니까요.
좋아하는 아이라 님과 거북한 관계가 되는 전개만은 피하고 싶습니다.
그 후 돌아온 아이라 님의 문자엔, '여자친구가 있다는 얘기, 나도 오늘 이마리 님으로부터 들었어. 자세한 이야기도 들었는데, 알고 싶어?'이라는, 제 걱정은 완전히 쓸데없게 만든 내용이 쓰여 있었습니다.
뭐하는거죠, 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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