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22.
제 22화.
무사히 스파이를 그만둔 저는 그 둘과 거의 관련되는 일도 없이 정말로 평화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제가 심부름꾼 짓을 했다는 것도 주위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두려워했던 학교에서의 위상 추락은 면했네요.
사실 그러기는커녕, "저 카부라기 님께 개인적인 부탁을 받을 정도로 가까운 레이카 님" 같은 엉뚱한 오해로 묘한 선망까지 받고 있습니다만.
아니아니, 친하지 않으니까요.
그 이래 거의 말하지도 않았으니까. 기대하는 눈으로 보지 말라구요?
아이라님과는 그 뒤로도 가끔 메일를 주고받고 있습니다다.-라니 사치스러운 메일 친구!
공부의 어드바이스나 중등과 이야기 외에, 카부라기와 유리에 님의 이후 이야기도 듣고 있습니다.
편지 작전의 성공 소식도 아이라님께 들었으니까요.
유리에 님은 매일 전달되는 카부라기로부터의 열정이 담긴 편지와 귀여운 꽃다발에, 비교적 빠르게 함락됐다고요.
아이라 님은 그 편지를 읽지는 않았다고 하셨지만, 보여준 봉투와 편지지는 모두 다른 종류로, 예쁜 꽃이나 동물이 그려져 있었다고 합니다.
제 조언을 충실하게 지켰네요.
그런 예쁜 편지지에 매일 사과와 함께, 유리에 님과 만나고 싶다, 외롭고 혼자는 힘들다 같은 말이 써져 오면, 원래 카부라기를 귀여운 남동생처럼 생각하시던 유리에 님은 모성 본능과 죄책감으로 기울고 말았다네요.
눈물 작전? 누구 생각인지는 뻔하군요.
결국 약삭빠르게 올해의 여름 파티에서는 함께 춤춰달라고 써서, 그 약속까지 얻어냈다니.
역시. 넘어져도 그냥 일어서진 않는군요.
실제로 여름 파티에서는, 쑥스워서 그런지 언짢은 표정을 하면서도 뺨을 붉히고 제대로 유리에 님과 춤추고 있었다.
혹시 저녀석, 저와 오라버니의 왈츠를 동경했던 건가요?
언젠가 자신도, 라고 생각했던 건가요?
지금은 약간 유리에 님보다 카부라기 쪽이 키가 작지만, 그때보다는 키 차이가 없어지고 있고, 야심차게, 같은 걸까나.
왈츠는 과연 썩어도 카부라기라고, 초등학생 주제에 흐르는 듯한 주도였습니다.
아가씨들은 황홀해하고 있습니다.
저는 켁,하는 기분으로 로스트 비프를 씹었습니다.
또, 카부라기의 지나친 스토킹 행위도 정말로 반성했는지 침착해졌다고 합니다.
연상인 유리에 님에게 걸맞게 되기 위해 날마다 정진중이라나요.
학원에서는 여전히 차가운 포커페이스에서 여자들에 둘러싸여 꺄악꺄악 아우성이지만요. 그 정체를 아는 저로서는, 폭로하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합니다.
그러나 그런 짓을 했다간 파멸 가도를 질주하게 되기 때문에, 제 방의 베개에 얼굴을 파묻고, "사실은 바보지만─!" 이나, "바보에다 스토커지만─!" 라던지, "속지 말아요─!"를 외치며 스트레스를 해소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제가 멋대로 마음속에서 메일 친구로 취급하고 있는 아이라 님께서, 창립기념일에 함께 나가지 않겠냐는 권유를 받았습니다.
기사님과 데이트!!
가고 말고요!! 무슨 일이 있어도 가고 말고요!!
아, 무슨 소리에요!!
항상 공주 역은 친구신 유리에 님이 맡으셨지만, 이날만은 제가 기사님이 지키는 공주님 역?!
제 머리는 어머님의 취향으로 매일같이 가정부가 감아주고 있습니다.
머리 뒤에는 리본까지 붙어 있어, 마치 사이비 로코코 여왕 같습니다만.
하지만 이 사이비 로코코 여왕 머리라면, 전생에서 애독하던 프랑스 혁명의 만화처럼 남장 미인 기사와 그 기사에 지켜지는 비극의 왕비처럼 되지 않을까요?
우캬~───!
당장 오라버니에게 아이라 님과 외출한다고 자랑하면, 여자 두 사람만으론 위험하니까 오라버니와 오라버니의 친구이신 이마리 님도 함께 가주시겠다고 나서셨습니다.
아, 어떻게 이런 일이!!
아이라 님뿐만 아니라 오라버니와 이마리 님까지!
오른손에 아이라 님, 왼손에 이마리 님, 등에 오라버님이라니, 핫! 이는 혹시 소녀 만화에서 대인기의 시추에이션, 역하렘이라는 건가요?!
아아, 제 인생의 봄…….
모모조노 이마리 님께서는 오라버니의 초등과 친구로, 저도 몇 번 뵌 적 있는 멋진 분이십니다.
거기에 사실 이 이마리 님께서는 제게 작은 꽃다발에 대한 아이디어를 간접적으로 주시는 거에요.
이마리 님은 오라버니를 만나러 우리 집에 놀러 오실 때마다, 항상 친구의 동생인 제게 귀엽고 작은 꽃다발이나 약간의 과자를 가져와주십니다.
이 과자도 예쁜 병에 들어간 꿀이거나, 꽃 모양의 초콜릿 상자같은 여자아이들이 좋아할 만한 물건으로 골라오십니다.
자매는 없을 터인데, 고교 2학년으로 벌써 여자아이를 다루는 기술에 능숙합니다. 조금 위험한 냄새가 나는 쪽일까요?
언제나 이것저것 선물들은 받아뒀지만.
물론 친절하면서도 위험한 냄새를 풍기는 이마리 님은 좋아하지만요? 원래 여자는 상냥하기만 한 남자보다 위험한 남자를 좋아하는 법입니다. 그래서 장래, 이마리 님이 여자의 적이 되지 않는지 즐겁게 기대……걱정하는 겁니다.
그런 이마리 님은, 오라버님과는 다른 타입의 미남 씨입니다.
카부라기, 엔죠 콤비도 그렇지만, 미남에게는 미남 친구가 생기는 걸까요?
그러고보면, 아키자와 군의 친한 친구가 누구였더라.
……………….
……제 일을 덮어두고 쓸데없는 걸 생각하지 말죠.
아키자와 군도 다람쥐처럼 귀여운 얼굴이잖아요.
저는 친근한 얼굴을 좋아하니까요, 아키자와 군!
아이라 님께 오라버니와 함께 가도 좋을지 물었더니, 흔쾌히 받아들여 주셨습니다.
놀러가는 곳은 일본에서 제일 인기있는 유원지.
다들 저와 함께 동물 귀 머리띠를 써주실까요?
오라버니, 절대로 싫어할 것 같습니다.
평일이지만, 분명 붐빌테니, 다가올 날을 대비해 제대로 먹고 잘 자서 컨디션을 관리해 둬야겠습니다.
매혹의 역하렘 데이가 다가오는 겁니다!
그리고 아이라 님의 정보에 따르면, 카부라기는 창립기념일에 유리에 님과 데이트(라고 본인은 생각하고 있겠죠)를 훌륭히 달성한 모양입니다.
장소는 박물관이라고요.
역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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