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lver lining's tapestry

2015년 12월 9일 수요일

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21.

제 21화.



아니나 다를까, 1교시가 끝나자마자 제 주변으로 아이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방금 그건 무슨 일인가요? 레이카 님!"

그런 말을 걸어온건,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추종자 그 1, 세리카 양!

"카부라기 님과 그렇게 친하셨다니, 저희 듣지 못했다구요?"

이쪽도 1학년 때부터 같은 반이었던 추종자 그 2, 키쿠노 양!
이 두 사람은 제 추종자들 중에서도 저와 가장 가까운 사이로 인식되어 있으므로, 이럴 때는 맨 먼저 발언합니다.

"침착하세요, 여러분. 저와 카부라기 님은 아주 친한 사이는 아니랍니다."
"그렇지만, 카부라기 님이 일부러 여자를 만나러 오시다뇨!"
"사실, 어떤 부탁을 받아서, 그 말을 하고 있었을 뿐이니까요?"
"부탁이요? 그건 어떤 부탁인가요?"
"그건 제가 말씀드리기는……."

그때, 교실 문 부근에서 목소리가 높아졌습니다.

"킷쇼우인 씨 있어?"

"엔죠 님─!"
저를 둘러싸고 있던 아이들이, 엔죠의 등장에 꺅꺅 들썩이기 시작했습니다.

……이 녀석 도대체 뭘 하려고….

"아, 킷쇼우인 씨, 거기 있었구나. 아까 마사야랑 했던 이야기인데, 식사 마치고 피브와느의 살롱으로 와줄래?"

…그 말에 소동이 한층 더 커졌습니다.
아아, 저의 평화로운 일상이…….

"아, 저기 엔죠 님? 레이카 님이 카부라기 님에게 부탁을 받으셨다는 게 정말인가요?"
"아, 음. 그런데?"

또다시 비명과 환성.

"부탁이 뭐에요?"
"미안하지만, 그건 말할 수 없는데. 너희도 너무 참견하면 마사야를 화나게 할지도 모른다구? 그건 곤란하지? 킷쇼우인 씨도 가만히 있어줘."
"네."

그럼,하고 엔죠는 미소를 지으며 교실을 떠났습니다.
갑작스런 엔죠의 방문에 여학생들의 흥분은 아직 식지 않는 듯했지만, 쓸데없이 참견했다간 카부라기 마사야가 화낼 거라는 엔죠의 말에 꼬치꼬치 캐물으려던 아이들도, 더 이상 파고들 수 없게 됐네요. 후유, 다행입니다.

저 녀석, 점심식사 후에 살롱에 오라는 말만 하려고 일부러 짧은 쉬는시간에 절 찾아온 건가요?
어쩌면, 혹시 제가 카부라기랑 어떤 사이인지 추궁당할 걸 알고 도와주러 온 걸까요?
아니, 거기까지 친절해줄리가 없지만요.
그래도 만화 속에서는 주인공을 자연스레 도와줬었는데. 그런 일을 할 수 있을만한 소질은 가지고 있다는 걸까나.

우음….

뭐, 아무래도 좋겠죠.
이렇게 된 이상 그날 살롱에서 "스파이 좀 해봐"라는 말을 들었던 애들도 쓸데없는 짓은 할 수 없을지도 모르고요.
아니, 원래 원흉은 너희들이잖아요! 이 정도는 당연히 도와줘야죠!


점심시간, 가기 싫었지만 약속을 어겼다간 뒤가 무서우니 마지못해 살롱으로 향했습니다.

황제는 언제나의 특등석에 버티고 있었습니다.
……지난주에 비해 꽤나 건강해보이는군요.
차라리 그대로 비틀거리고 있는 게 나을텐데…….

"늦어!"

더 이상 할 말도 없네요…….

"킷쇼우인 씨, 일단 앉을래?"
"엔죠 님, 아까 지원해주셔서 감사해요."

그렇게 말하면, 엔죠는 싱긋 웃었다.
흐응, 역시 그런 일이었군요.
딱히 감사하지는 않지만요.

"어이, 무슨 말이야?"
"아무것도 아냐. 그것보다 그 다음 일은 생각해봤어?"
"그렇지! 유리에한테 내가 반성하고 있다는 걸 알게 하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

타력본원입니까.(역주 : 他力本願, 비유적으로, 남의 힘을 빌려 일을 이루려고 하는 일.)

"우선 마사야의 의견은?"
"나는, 유리에에게 내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매일 만나러 가서 사과하려고 생각해!"

이 스토커 발상이!
이 녀석, 전혀 반성하지 않았는데요?!

"마사야, 그건 오히려 역효과라고 생각하는데."
"어째서?!"

이젠 차라리 시원할 정도로 바보네요.

"그럼 슈스케는 어떻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화가 풀릴 때까지 일절 연락하지 않고, 조용하게 용서받기를 기다린다."
"각하!"

뭐 확실히 그건 스토커 군에게는 무리겠죠.

"좋아 스파이! 네 의견은?"

이제 그만 그 호칭은 그만뒀으면 하는데요…….

"카부라기 님, 제 이름은 킷쇼우인 레이카랍니다. 스파이는 그만두세요."

남들 앞에서 스파이라고 불린다니 최악입니다.

"그래, 마사야. 상담도 받는데 이름 정도는 제대로 불러야지."
"흥."

아아 그러십니까~.
그런 녀석이라는 건 알고 있었습니다만.

"그래서? 뭔가 좋은 방안은 생각해봤어?"

턱으로 대답을 재촉했습니다.
칫….

"저는 매일 편지 쓰는 걸 제안할께요."
"편지?"

그렇습니다, 편지인거에요.
사실은 엔죠의 말처럼 당분간 자중하는게 가장 좋겠지만, 이 스토커는 견딜 수 없겠죠.

"얼마나 자신이 반성하고 있는지, 지금 이 상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 뭐 이른바 반성문이에요. 메일로는 무기질해서 마음을 전하기 어려울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직접 쓴 편지를 보내는 거죠. 유리에 님을 향한 마음을 편지에 적는 거에요. 일본에서는 옛부터 연애에는 연애편지부터 시작하는 게 정석이라잖아요."
"그런가!?"

자 어떻습니까?

"한통한통, 마음을 담아 정성껏 써주세요. 편지지와 봉투는 유리에 님을 좋아할만한 걸 선택하고요. 그런 하나하나가 유리에 님의 마음을 존중하며, 자신의 마음을 강요할 생각이 없다는 어필이 되는 거랍니다. 때로는 작은 꽃다발을 곁드려도 괜찮겠죠. 실수라도 큰 꽃다발은 만들지 말고요."
"왜? 어차피 보낼 거면 내 마음을 알리기 위해서라도 최대한 커다란 꽃다발이 좋잖아?"
"그게 강요한다는 거라구요. 작은 꽃다발이 연하의 우직한 첫사랑의 마음을 표현할 수 있습니다. 유리에 님의 정에 호소하는거죠."
"첫, 첫사랑이라니!"
"이제와서라구요. 학원 전부가 알고 있다구요. 그보다 카부라기 님은 오늘 수업이 끝나자마자 바로 편지세트를 사러 가시는 게 좋겠어요."

카부라기는 '첫사랑'이라는 말에 잠시 얼굴을 붉히고 입을 뻥긋거렸지만, 정신을 차리더니,

"좋아! 그 의견, 채용이다! 방과 후, 편지세트를 사러 가자! 둘 다, 알겠지!"

에, 에에-!?

"저는 가지 않아요"
"에? 왜?"

그건 이쪽의 대사인데요. 왜 제가 함께 가지 않으면 안 되는 건데요.

"저는 방과후, 과외가 있답니다. 게다가 카부라기 님? 아까 드린 보고서에 써있었잖아요. '주위 사람을 끌어들이지 말것'. 저와 함께 다니시면 또 유리에 님이 화내실지도 모른다구요."

카부라기는 잠시 잠자코 있었지만,

"……알았어. 수고했어."
"네. 그럼 저는 이만. 평안하세요."

저는 미소를 지으며 살롱을 나섰습니다.



그 뒤, 편지 작전이 유효해서 유리에 님이 카부라기를 용서했다고요.

임무는 무사히 성공했습니다.
저는 이 일을 끝으로 스파이를 은퇴했고, 평범한 여자아이로 돌아갔습니다.
찾지 말아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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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d: 20/06/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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