겸허,견실을 모토로 살고 있습니다. #019.
제 19화.
그대로 카부라기 가문의 차에 납치당해서 즉각 스파이 활동의 성과를 보고합니다.
"어땠지? 아이라에게 제대로는 들었겠지? 응? 아이라랑 같이 들어가는 걸 봤는데."
이 무슨 일인지요.
이 인간 정말로 스토커 기질이 엄청난데요. 위험해라.
이렇게나 한가한 사람이었나요?
"아이라 님께서 다음에 유리에 님께 물어보신다고 하셨습니다. 곧 연락을 해 주신다고요."
주소 교환은 절대로 말하지 않는다구요.
그런 말을 했다가는 이 황제라는 이름의 스토커 예비군께서는 분명 제 번호를 알아가서 밤낮없이 독촉 문자를 보낼 게 뻔하잖아요?
스토커란 다들 그렇겠죠.
"그래? 그거 외에는 뭔가 말하지 않았어?"
우~응, 그건 역시 말하면 안 되겠죠?
"뭐야, 대답해라."
읏, 노려보지 말라니까요, 무섭다구요.
"아, 아이라 님이 그러시기를, 싫어하는 인간을 위협하고 혹사시키면 유리에 님이 더 화내실 거라고 말하시더라구요."
아아, 말해버렸습니다.
하지만 이건 아이라 님이 말하신 거니까요? 제가 말한게 아니라구요?
카부라기는 어리둥절하게 물어왔습니다.
"싫어하는 사람이라니 누구 얘기냐?"
어, 이 아이 바보였나요?
스토커에 바보?
나르시스트에 스토커, 거기에 바보라는, 안타까운 아이에요?
"야, 너. 지금 이상한 생각했지."
"설마요. 아닙니다."
그러니까 사람의 마음을 읽지 말라구요!
카부라기는 잠시 제 얼굴을 살폈보다가, 금방 흥 하고 콧방귀를 끼었다.
"뭐 됐어. 아이라의 연락은 언제 받는데?"
"글쎄요? 다음 주 초 정도일까요?"
"어떻게 연락해오는데? 네가 중등과로 들으러 가나?"
"에……그건, 어떨까요?"
위험한 곳을 찔러 왔다구요 지금─!
"그래? 제대로 확인해라? 어떨까, 아이라의 영어가 끝날 때까지 기다리나?"
농담이 아니라구요.
제가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 겁니까.
"아뇨. 그러시면 월요일에 제가 아이라 님에게 들으러 갈께요."
우선 이걸로 얼버무리죠.
"흠. 그래, 알겠지. 월요일이다. 잊지 마."
"네, 알겠어요."
그럼 이만 돌아가도 되겠죠?
"아, 그렇지. 너, 휴대폰 가지고 있나?"
"아니요."
거짓말할 때는 절대로 오른쪽 위를 보지 않습니다.
오라버니의 가르침입니다.
"정말?"
"부모님의 교육 방침이라서요."
카부라기가 의심스럽다는 듯이 바라봅니다.
그러고보니, 카부라기는 사람의 마음을 읽을 수 있었는데요. 평삼심, 평상심.
"이제 저 돌아가도 될까요? 마중나온 분이 걱정하고 있으니까요."
더 이상 허점이 드러나기 후퇴해야 합니다.
"하? 아, 그런가. 그럼 월요일에 보지."
"네."
제가 카부라기 가문의 차에서 내리려 하니, 카부라기가 마침 생각났는지 질문해 왔습니다.
"그런데, 아까의 싫어하는 사람이라는 건 누구 얘기냐?"
엔죠의 그 검은 미소를 따라해서, 빙긋이 웃어 보였습니다.
"그건 물론 제 이야기랍니다. 그럼, 안녕히 계십시오, 카부라기 님."
멍청하게 굳은 카부라기를 뒤로, 저는 킷쇼우인 가의 차로 걸어갑니다.
말했다, 말했다고요, 저!
……그래도 보복당하면 어쩌죠.
폭탄이 투하된 것은 늦게 귀가하신 오라버니를 제외한 저희 가족 셋이 모인 저녁 때였습니다.
아버님이 싱글벙글 웃으시며 물어오셨습니다.
"오늘 사가미에게 들었는데, 레이카를 만나러 카부라기 가의 마사야 군이 영어 교실까지 왔다면서?"
에──────엣!
아까부터 유난히 기분이 좋아보인다고 생각했었는데, 그게 이유였나요!
사가미 씨라는 분은 저를 데리러 오시는 기사님의 이름입니다.
마중 나온 제가 다른 차에 납치되는데도 도우러 오지 않으셨던 것은 상대가 누군지 알고 있어서였군요!
그리고 그걸 아버님한테 보고하시다니!
"언제 친해졌니? 아버지는 전혀 몰랐구나."
"아니요, 아버님. 카부라기 님과는 거의 말하지도 않았답니다."
안 됩니다. 여기서는 단호하게 부정하지 않으면, 나중에 돌이킬 수 없게 된다구요.
"무슨 말이니? 그 마사야 군이 일부러 레이카를 만나러 왔지 않느냐? 혹시 마사야 군은 레이카를 마음에 들어하는가?"
우와! 엉뚱한 오해를 하고 계신다구요! 완전히 꿈이라구요, 아버님!
"있을 수 없어요. 카부라기 님에게도 폐가 되니 절대로 그런 말씀은 하지 말아주세요!"
이대로는 약혼이라는 야심을 품어버릴지도 모릅니다.
원래 원작 만화 속에서는 그런 사람이었으니까요.
아, 어쩌죠.
이럴 때 오라버니가 있으셨더라면!
"뭘 그렇게 화를 내고 그러니, 레이카."
"아버님이 이상한 오해를 하고 계시잖아요!"
파멸의 발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구요.
약혼식 파티에서 망신 당하는 역할은 절대로 싫다구요!
"어머어머, 당신도. 레이카도 아직 부끄러움이 많은 나이니 가만히 놔주자구요."
어머님이 부드럽게 아버님을 멈춰 주셨습니다.
그러나 어머님도, 이쪽을 기대된다는 눈으로 보고 계십니다.
이제 용서해주세요~!
이렇게 된 건, 모두 그 놈 때문입니다! 스토커 카부라기!
이 불유쾌한 기분을 누군가에게 털어놓고 싶었기에, 저는 학교에서 돌아오신 오라버니의 방을 향해 돌격했습니다.
"그래서 아버님과 어머님이 엉뚱한 오해를 하시고 계신다구요. 어떻게 해야 좋죠, 오라버님."
막 돌아오셔서 지쳐 계실 오라버니께는 미안하지만, 푸념을 받아주세요.
"오해라면 시간이 지나면 풀리겠지. 그럼 두 분도 침착하시니까. 나도 경솔하게 부추기지 않으시게 해줄테니까 걱정 마렴. 그보다 마사야 군과의 약속이란 건 괜찮니?"
오라버니께는 일단 카부라기가 아이라 님에게서 끌어내고자 하는 내용은 말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협박당했다는 것도요. 걱정끼치고 싶지는 않으니까 말이죠.
유리에 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지 않은 건, 상대가 스토커라도 남의 사랑을 뒤에서 말하는 건 어떨까 싶어서요.
"아마 그건 괜찮을 것 같아요."
"그랬으면 좋겠는데."
오라버니께서 톡톡 머리를 쓰다듬어 주셨습니다.
하아~, 역시 오라버니와 얘기하면 안심된다니까요.
"저기, 오라버님."
"왜 그러니?"
"오라버니는 장래, 킷쇼우인의 회사를 이으시는 거죠?"
"뭐 그렇겠지?"
"정당한 경영을 하시옵소서."
"뭐니, 그건……."
야심가인 아버님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이 성실한 오라버니 밖에 없다구요!
제발 오라버님, 제 평온무사한 미래를 지켜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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